
난전(亂廛)은 무허가로 운영하는 시장이나 가게를 말한다. 고려 말 또는 조선 초부터 존재했다. 활성화된 시기는 조선 중기 이후다. 백성들이 생계를 위해 비공식적으로 물건을 팔기 시작하면서 확산됐다. ▼조선시대 자유로운 상업활동의 장으로 가격이 저렴한 경우가 많았고, 여러 상인이 경쟁적으로 장사를 하면서 과도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었다. 단속을 피해 골목, 시골, 해안가 등 다양한 지역에서 열리면서 특정 도시에 집중된 상권 외 지역 단위로 경제활동을 퍼트리는 데 큰 역할도 했다. 오늘날 난전은 전통시장, 야시장 등으로 재해석돼 관광객에게 지역특산물을 전시·판매하는 문화·관광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속초에서는 동명항 오징어난전이 유명하다. 직접적인 소비 촉진 정책이기보다는 관광수요를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한 수단이다. 당일 잡은 신선한 오징어를 판매하면서 방문객의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바가지와 불친절 이슈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난전을 찾은 일부 유튜버들이 상인의 강압적인 태도와 “오징어 가격이 2마리에 5만6,000원” 하는 등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지적하는 내용의 영상을 적나라하게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여개 점포가 임시로 문을 닫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난전 상인들은 고개를 숙였다. 공식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들은 자정 결의를 통해 밝은 미소와 상냥한 말투로 손님맞이 등 친절 서비스를 다짐했다. 또한 카드 결제 거부, 바가지요금, 식사 시간 재촉 등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불친절·불공정 영업 문제에 대한 친절교육도 실시했다. 난전 상인들은 이번에 드러난 불친절 응대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소비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오징어 어획량에 따라 매일 오징어 가격이 변하는 위판시스템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철 맞은 지역특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난전의 고유 기능이 사라지면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