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근무하는 강릉지원에는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전국의 법원의 ‘지원’ 가운데 유일하게 행정재판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법원에서 근무하는 저에게도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고, 지금도 여전히 제도적으로 이례적인 특징처럼 느껴집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습니다. 20년 전이라고 하면 오래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 스마트폰과 유튜브가 등장한 시기와 멀지 않은 과거입니다. 그 시절 강릉, 동해, 삼척, 속초, 양양, 고성 주민이 세금 부과 취소나 영업허가 분쟁 등 행정소송을 제기하려면 춘천지방법원까지 가야 했습니다. 태백산맥을 넘어야 하는 먼 길은 재판을 받는 과정 자체를 큰 부담으로 만들었고, 이러한 물리적·거리적 제약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영동지역의 법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이어졌고, 그 결과 2005년 3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원조직법」과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개정법이 시행된 같은 해 7월 1일부터 강릉지원에 행정재판 관할이 부여되자, 마치 오랜 갈증이 해소되듯 바로 다음 날인 7월 2일 첫 행정사건이 접수되었고, 다음 달인 8월 16일 오전 11시 강릉지원 법정에서 첫 행정재판의 변론이 열렸습니다.
그 제도적 이례성은 사법통계에도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관할이 부여된 후 5년이 지난 2010년까지도 강릉지원의 행정사건 접수 건수는 사법연감에 따로 표기되지 않았고, 2011년에야 춘천지방법원 옆에 괄호로만 병기되었습니다. 현재처럼 행정사건 통계 항목 중 ‘춘천지방법원’ 아래에 ‘강릉지원’이 별도 항목으로 명시된 것은 2016년부터입니다. 사법통계 속 한 줄의 자리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은, 강릉지원의 행정재판 관할이 전례 없는 변화였음을 상징합니다.
법원까지의 거리는 단순한 이동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권리와 정의 사이의 거리이기도 합니다. 강릉지원의 행정재판 제도가 걸어온 20년은 영동지역 주민들의 사법접근권을 실질적으로 확장해 온 시간이었습니다. 이는 권리 구제의 문턱을 낮추고,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현실 속에서 구현한 변화였습니다.
이후 고속도로가 확충되고, 2017년 말에는 KTX가 개통되었지만, 영동지역에서 춘천지방법원까지는 여전히 자가용으로 2시간, 대중교통으로는 3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지난 추석 연휴에도 “이제 교통이 좋아져 강릉도 가깝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막상 직접 오가보면 왕복 한 번에도 시간과 비용,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함께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해 소송을 포기해야 하는 사회라면, 정의의 실현은 여전히 먼 이야기일 것입니다.
앞으로의 20년은 그 거리를 더 줄이기 위한 또 다른 여정이 될 것입니다. 영상재판과 전자소송이 확대되며 물리적 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디지털 접근에 취약한 노인과 장애인에게는 새로운 형태의 벽이 생긴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기술이 정의를 빠르게 만드는 시대일수록, 그 정의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닿도록 하는 일은 더욱 섬세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술의 진보와 제도적 배려, 그 두 축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정의는 누구에게나 도달할 수 있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강릉지원에서 행정재판이 시작된 지 어느덧 20년. 이제 그 의미를 다시 새기며, 공평한 접근과 정의 실현이라는 사법의 본질적 가치를 이어가기 위한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디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