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동해안 연안 침식 방치하면 ‘복합 재난’으로 닥쳐

강원자치도 동해안이 위기에 처해 있다.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간직한 해변이 해마다 사라지고 있다. 바닷가 난개발이 가속화되고, 기후 변화에 따른 연안 침식이 심화되면서 동해안은 회복이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024년 도 해안 102곳 가운데 양호한 A등급 지역은 단 4곳에 불과하고, 전체의 64.7%가 우려 혹은 심각 등급으로 분류되었다는 것은 더는 늦출 수 없는 비상 상황임을 방증한다. 특히 2023년 대비 C등급과 D등급 지역이 각각 9곳, 4곳이나 늘었다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다.

강릉, 동해, 삼척, 속초, 양양 등 주요 해안 도시들이 속속 침식 심각 등급으로 내려앉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이 없다. 속초 영랑동의 경우 인공구조물 설치로 인해 해변 모래가 유실되며 2021년부터 줄곧 침식 심각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단지 해안 침식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관광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나아가 재해 발생 가능성까지 높이는 ‘복합 재난’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의 핵심은 자연보다 개발이 앞섰다는 점이다. 각 지자체는 바닷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목적 아래 숙박시설과 도로, 각종 인공구조물 설치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은 바다와 해안선의 균형을 깨뜨리고 연안의 자정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그 결과는 해안 침식 가속화, 해양 생태계 파괴, 해수욕장 축소, 궁극적으로는 지역경제의 악순환을 불러온다. 정부의 ‘연안 침식 실태조사’ 결과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이는 곧 지역 주민의 삶과 안전, 동해안의 지속 가능성을 진단하는 바로미터로 신속한 연안정비사업 추진이 절실하다. 일시적 구조물 보강이나 모래 투입 등 임시방편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자연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해안선 전체를 아우르는 장기적 복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한 난개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경관 규제는 단지 미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환경가치, 생태적 지속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지역개발계획 수립 시 반드시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하고, 연안보호구역 지정 확대를 통해 개발 허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개발보다 생태 중심의 보존 정책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해야 한다. 자연이 지닌 본연의 회복력을 존중하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장기적 이익을 우선 고려하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연안은 강원도의 얼굴이며,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자연 유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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