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호주 여행을 떠나며 전국에서 온 30명의 일행을 만났다. 가이드는 “며칠간 함께 여행하고 헤어지는 관계에서 가장 쉽게 친해지는 방법은 어디서 왔는지 아는 것”이라며 거주 지역을 서로 말해보자고 했다. 스포츠 마니아라는 40대 초반의 가이드는 서울 서초구, 대구광역시, 경기도의 도시에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강원도 춘천’에서 왔다는 필자의 대답에 “와! 손흥민의 고향!”이라며 환호했다. 춘천이란 도시의 정체성과 상징은 호반의 도시, 막국수·닭갈비 등인 줄로만 알았는데 ‘춘천의 재발견’이었다. ▼ 어떤 공간이 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을 거쳐야 한다. 김풍기 강원대 교수는 ‘동아시아 전통사회에서의 명승의 구성과 탄생, 설악산을 중심으로’란 논문을 통해 설악산이 한국의 명승이 된 기원을 밝혔다. 그는 조선 시대 유명한 지식인들이 설악산에 은거하고, 여행 기록을 남기며 자연스럽게 지식인의 성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설악산이 17세기 조선에 이름을 떨치게 만든 사람은 김시습과 조선후기 성리학의 완성자로 추앙받는 김창흡”이라며 “정의로운 인물로 존경받던 이들이 머물고 언급하며 설악산은 후대에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명승은 공간의 아름다움을 넘어, 영향력 있는 인물의 발길과 의미 부여 등 인문학적 자산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이효리가 살았던 제주도, BTS가 다녀간 강릉 주문진읍의 버스 정류장은 공간 이상의 가치를 얻는다.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힘이다. ▼요즘 홍천과 인연이 있는 영웅은 가수 인순이다. 2013년 남면 용수리에 세운 다문화 학교인 해밀학교와 설립자 인순이는 올해 국내외에서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다. 지난 21일 홍천문화원의 무대에 올라 “꿈이 없는 이들을 돕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는 진심이 느껴졌다. ‘인순이의 홍천’은 어떨까. 외국인을 노동력으로만 취급하지 않고, 이들이 꿈을 이루도록 돕는 도시 말이다. 영웅을 앞세워 도시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보자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