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후 변화로 강원지역 농작물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농민들이 ‘상토(床土)’ 문제로 또 한 번 시름을 앓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작물 생육조차 어려운 상황에 폭염과 장마로 인한 병해충 피해까지 덮쳐 농업인들의 경영 안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춘천 서면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A씨는 지난 7월 2만여평 밭에 심을 모종 1,500여판을 육묘하려다 큰 피해를 봤다. B농협에서 판매한 국내 한 업체의 상토를 사용해 씨앗을 파종했지만 발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비슷한 시기 다른 곳에서 상토를 구입한 농가들은 발아가 잘 됐다”면서 “뒤늦게 인근 육묘장에서 모종을 구해 심었지만 때를 놓쳐 손해가 컸다”고 했다.
B농협에서 상토를 구입해 사용한 이웃 농민 C씨는 “배추를 싶었는데 잎이 조금 자라더니 생육이 멈춰버렸다”며 “100포기 중 절반 이상이 노랗게 변해 썩어 버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당 상토가 지난해에도 B농협을 통해 판매됐으며, 당시 6농가가 ‘상토 불량’을 주장하며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제품이 올해 다시 농민들에게 공급됐다는 점이다. 올해 본보 기자가 확인한 상토 불량 호소 농가는 3곳이었다.
특히 B농협은 지난해 8월 강원도농업기술원에 상토 분석과 생육 실험을 위해 ‘배추 육묘 피해 진단’을 의뢰했다. 분석 후 도농업기술원은 B농협에서 제공받은 2가지 상토를 온실에서 배추를 파종해 14일차와 30일차 생육을 각각 비교한 결과, 30일차에 23년 11월 제조 상토가 24년 7월 제조 상토보다 뿌리돌림지수가 감소했고, 지하부 생체중, 엽록소 함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B농협에 통보했다.
농업기술원은 “생육실험에서 의뢰 상토 묘가 정상상토 대비 뿌리 활착·생육 모두 떨어져 상토 결함 가능성 확인했다”며 “온실에서도 생육 차이가 확인된 만큼 여름철 폭염에 노출되는 농가 환경에서는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B농협 관계자는 “해당 상토는 지역 농가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온 제품으로, 현 시점에서 피해 원인이 상토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공식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판매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토 업체 관계자는 “상토 불량 피해가 접수돼 올 8월11일 피해 농가를 방문했다”며 “업체 담당자 확인 결과 뿌리 흡수기능에는 큰 특이사항 없어 고온장해를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농협에서 구입한 상토를 사용했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피해를 입었는데, 업체 측이 상토 불량을 인정하지 않아 보상을 받을 길조차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