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 시행 3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4대 지방정부 협의체(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지난달 30일 지방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중앙정부 정책에 대해 지방정부와의 사전 협의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실질적인 자치와 분권의 실현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 요청이자 지역 중심 시대를 향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간 중앙정부는 소비쿠폰 사업,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등 다수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방정부에 전가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들이 지방정부와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법적 근거 없이 지방채 발행이나 재해구호기금을 사용하는 방식은 결국 지역 재정의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결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의 정책이 지역에 실재적으로 안착하고 성과를 내려면, 사전 협의와 충분한 조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현행 지방재정법에는 행정안전부 장관과의 협의 조항이 존재하지만, 실질적 구속력이 없고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재정 자율권을 확보하고, 지역 실정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방과의 사전 협의 의무화’가 법제도적으로 확립돼야 한다. 아울러 이를 이행하지 않은 중앙 부처에 대해선 재정적 책임을 명확히 부과하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또한 이번 공동성명은 재정분권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보통교부세의 법정 교부율 인상, 포괄보조금제 전면 도입 등은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중앙의 통제형 재정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여전히 75 대 25라는 것은 대한민국 재정 구조의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지역 특성이 반영된 정책을 지방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우며, 이는 곧 지역불균형 심화로 이어진다. 강원특별자치도처럼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중앙정부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지방의 정책 자율성 제약과 직결된다. 중앙의 보조사업 확대와 공모형 예산 집행이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지역 간 경쟁을 조장하고, 행정력을 낭비하게 만든다는 비판은 타당하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자율적으로 수립·집행할 수 있도록 보통교부세를 확대하고, 중앙정부의 보조금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재정 개혁이 시급하다.
지방자치가 명실상부한 자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정부 간의 대등한 협력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지방정부가 단지 중앙의 지침을 집행하는 하부 기관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책임지는 주체로서 자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