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확대경]불확실성의 시대, 인성(人性)이 실력이다

유대균 교육사랑플랫폼 대표

◇유대균 (교육학 박사, 전 교육부장학관)

인성이란 사람의 됨됨이다.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형성하는 인격과 품성을 뜻한다. 몇 년 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에서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을 조사했다. 창의력과 인성이 우선순위로 꼽혔다. 이 외에 융복합 능력과 협업 능력, 소통 능력을 지목했다. 미래 사회는 ‘무엇을 아는가’ 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관심사이기 때문에 ‘인성’은 미래를 살아가는 본질적인 힘이요,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든 핵심 자산이다.

인성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관계성’, 자기실현의 ‘개별성’, 윤리적 판단의 ‘도덕성’이 기본 요소다. 이에 한국교육개발원은 자기존중을 비롯해 성실, 배려와 소통, 사회적 책임, 예의, 자기조절, 정직과 용기, 지혜, 정의, 시민성 등 10가지를 인성 덕목으로 제시했으며,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균형 있게 발달할 때 건강한 인성으로 성장한다고 밝혔다. 즉, 인성은 선천적이라기보다 성장하는 것이다. 의식적인 실천과 환경적 자극으로 얼마든지 자랄 수 있다.

인성교육의 시작은 가정이다. 자녀의 인성은 부모의 행동이나 가치관을 그대로 모방하기 때문이다. ‘마음이론’에 따르면 3세는 자기중심적이지만 4세 이후부터는 타인의 관점을 고려하는 반응을 보인다. 공감하는 능력은 초기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한다. 이기적인 태도나 무책임한 모습, 부정적인 언행이나 자기중심적 사고 뒤에는 부모의 인성이 그림자란 뜻이다. 어떤 부모든 자식이 잘되길 바라지만 부모에게 입은 상처는 대물림될 수 있다.

연세대 연구팀은 인성의 기본 요소인 자기조절력, 자기동기력, 대인관계력 등을 범주화해 청소년 1,100명에게 미래 역량지수를 측정했다. 부모와 친구와의 관계가 좋을수록 미래 역량 지수도 높게 나타났다. 존중과 격려로 자란 아이는 잠재력을 꽃피우지만 폭언을 일삼는 가정에서 성장한 자녀는 분노를 자주 표출하는 성품으로 변한다. 참된 인성교육은 감정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 불평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태도와 감사의 마음가짐으로 고치는 것에서 시작된다. 무력감에서 도전의식으로, 패배감에서 성취 의욕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 인성교육이고, 부모의 역할이며, 교사의 역할이다.

인성은 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법치가 무너지면 인성도 무너진다. 2015년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면서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 8대 덕목을 정했다. 자신의 내면을 건전하게 가꾸고,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 조치다. 법에서 정한 가치가 사회 현장에서 발현될 때 바람직한 인성의 토대가 된다. ‘효’가 사회 규범으로 인정받으면 ‘효’의 성품은 칭송받게 되고, ‘배려’가 인정되면 ‘배려’는 손해가 아니라 밝은 사회의 지표가 된다.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스님은 “성공한 자녀는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과 관계가 없고, 부모의 남다른 사랑 표현이 있었다”고 했다. 어릴 때는 ‘헌신적인 사랑’으로, 부모의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양육 방식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엄격하면서도 도움을 주는 교육이 이루어졌고, 청소년기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질풍노도의 시기이기에 무조건 지지해주고 격려해 주는 ‘기다림의 사랑’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방식이 올바른 인성을 기르게 한다.

불확실성으로 대변되는 미래사회에는 인성이 실력이다. 바른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 특히 교육은 미래세대가 도덕적 판단을 연습하고, 책임과 공감을 체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우리 자녀들의 인성은 습관과 관계 속에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이 문제야’라고 회피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미래세대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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