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러닝붐 이유가 궁금하다
언젠가부터 SNS 게시물이 온통 뛰는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스마트워치에 기록된 구간별 페이스를 인증하고 각 지역 러너들은 산을 등지고 호수를 따라 뛸 수 있는 춘천으로 러닝 여행 일정을 잡는다. 사람들이 러닝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 직접 뛰어보기로 했다.
12일 오후 8시 강원대 대운동장. 춘천에서 규모가 가장 큰 러닝크루인 ‘춘천러닝크루’ 정기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운동복 차림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인사를 나눈 뒤 각자 페이스에 맞춰 4개 그룹으로 흩어졌다. 기자는 러닝 초보 그룹에 합류해 4㎞를 1㎞당 7분30초 페이스로 들어오는 코스에 도전했다.
천천히 두바퀴를 도니 금세 체온이 올라갔다. 2㎞에 접어들자 발끝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옆을 보니 러너들 목 뒤에도 땀이 방울방울 맺혀있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이 들자 다리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도착한 3㎞ 지점이 기자에겐 고비였다. 얼마 전 공지천을 달리다 이 구간에서 멈췄기 때문이다. 혼자였다면 이미 포기하고 걸었겠지만 선두 그룹과 함께 달리는 러너들이 외친 “파이팅”에 다시 숨을 골랐다. 완주만을 떠올리며 뛰니 잡생각은 사라지고 어느새 레이스가 끝나있었다. 평균 페이스 1㎞당 7분3초로 4㎞ 완주에 성공했다.
땀을 한껏 쏟아낸 뒤에는 개운함이 밀려왔다. 함께 완주한 사람들과 서로 박수를 주고받으니 뿌듯함이 배가 됐다.
과거 마라톤은 이봉주·황영조·손기정 등 ‘전설’의 이름만 떠올렸던 엘리트 스포츠였다. 러닝크루와 함께 뛰어보니 최근 러닝은 기록 경쟁보다 작은 성취와 일상 회복, 타인과의 유대감을 찾는 운동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었다.
같은 그룹에서 함께 뛴 러너들에게 러닝하는 이유를 물었다.
직장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러닝을 시작한 김도영(34)씨 “사회생활은 결과와 상관없이 늘 평가가 따른다는 압박감이 크다보니 성취감 느낄 순간이 많지 않다. 러닝은 작은 노력으로도 성취감 을 느낄 수 있고 꾸준히 하면 실력이 금방 는다. 오로지 나만의 속도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기모임에 2번째 참여한 최모(47)씨 “같이 뛰면 유대감도 생기고 평소보다 기록도 잘 나온다"며 "뛰기 시작하면 도대체 왜 뛰고 있지? 걸을까? 백번 생각하지만 다리는 멈추지 않는다. 목표한 거리를 걷지 않고 완주해보자는 마음으로 매일 달린다”고 말했다.
스트레칭을 마친 러너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잠시 모여 각자의 달리기를 하고 흩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꾸준히 뛰다 보면 언젠가 질문을 받을지 모른다. “왜 달리세요?” 그 답을 천천히 찾아가고 싶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