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접경·폐광지역 주민들은 문화누리카드를 받아도 정작 쓸 곳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심 인프라가 갖춰진 원주시는 이용률이 90%대를 기록하지만, 문화시설과 가맹점이 부족한 농촌지역에서는 스포츠·직업체험 분야 사용액이 ‘0원’에 그치는 등 카드의 혜택이 사실상 도시 위주로 한정되고 있어서다.
문화누리카드는 공연·영화·도서·여행·체육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만 6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1인당 연 14만원이 지급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국·도비 78억원 등 100억여원을 투입해 도민 9만2,000여명에게 카드를 발급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사용 실태를 보면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뚜렷하다. 강원특별자치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주시 문화누리카드 이용률은 94%에 달한 반면, 농촌·산간지역인 평창군은 82%에 그쳤다. 올 상반기 평창군 이용률은 38% 수준에 머물러, 카드 잔액을 다 쓰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농촌·접경·폐광지역의 ‘문화 빈곤’이 더 선명하다. 정선군과 화천군의 스포츠 관람, 직업체험, 여객선·렌터카 분야 사용액은 1원도 집계되지 않았다. 동해시와 평창군, 인제군, 양양군에서도 직업체험과 스포츠 관람 분야는 실적이 전무했다. 카드가 있어도 해당 업종 가맹점이나 프로그램 자체가 없으니, 농촌 주민들은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용 가능한 업종은 25개가 넘지만 실제 소비는 도서·공예·교통·영화·체육용품 등 상위 5개 업종에만 70%가 몰렸다. 특히 도서·공예·교통 등 상위 3개 업종이 전체 사용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도시에서 접근성이 좋은 업종에 사용이 집중되는 구조다.
지난 14일 열린 도 문화체육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박호균(국민의힘·강릉) 의원은 “지역별 인프라와 가맹점 차이로 농촌·접경지역 주민들이 실제로는 카드를 활용하기 어렵다”며 “일부 업종에서 사용 실적이 전무한 것은 해당 지역이 문화·복지 서비스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농촌지역 가맹점 확대와 프로그램 발굴 등 구조적인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