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도의회 8조 예산 심의, 주민 삶의 질 개선에 방점을

정파적 이해 떠나 실효·공공성 잣대가 ‘중요''
주민들, 장기 경기 침체·물가 상승으로 ‘고통''
복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충분히 배분할 때

강원특별자치도의회가 제11대 마지막 임기 중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사상 최초로 8조원을 돌파한 강원자치도 본예산은 양적 확대 못지않게 질적 효율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번 예산안 심사는 단순한 숫자 조율을 넘어 도정 철학과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를 가늠하는 막중한 과정이다. 주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체감형 예산’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재적소’에 맞는 편성이 핵심이다.

내년도 도 당초예산은 전년 대비 5,672억원 증가한 8조3,731억원 규모다. 반면 강원도교육청 예산은 1,917억원 감액된 3조9,971억원으로 편성되며 명암이 갈렸다. 도는 예산 편성의 3대 중점 방향으로 미래전략산업 육성, 민생경제 회복, 돌봄과 상생의 복지 실현을 내세웠다. 이 중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4,558억원이 투입될 미래전략산업 분야다. 반도체·AI·바이오 등 첨단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이 분야는 강원형 산업생태계 전환을 위한 핵심 축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실제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예컨대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사업에만 75억원이 배정됐지만, 도의회가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용지 분양 실패 등 실질 성과 부족을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반복되는 성과 부진 사업에 대한 투자는 냉철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예산은 투입 그 자체보다 ‘결과’가 중요한 법이다. 지역 산업에 실재적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는 영역을 위주로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민생경제 분야다. 주민들은 여전히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 고통받고 있다. 복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 연계되는 예산이 충분히 배분돼야 하며,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에 우선순위가 부여돼야 한다. 특히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농어업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은 단기 경기 부양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복지 분야 역시 보육, 돌봄, 노인 복지 등 삶의 전반과 직결된 부분에 대한 확충이 절실하다.

의회 역시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실효성과 공공성 중심의 심사에 나서야 한다. 특정 지역이나 이해집단의 요구에 휘둘리는 구태에서 벗어나, 주민 전체의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때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비롯한 각 상임위는 예비 심사에서부터 사업 성과와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내년도 예산은 도가 특별자치도의 이름에 걸맞은 행정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시험대인 셈이다. 이제 강원자치도 재정은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8조원이라는 예산이 강원자치도의 성장엔진이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어디에, 어떻게 쓰이느냐에 달려 있다. 눈앞의 숫자보다 주민 삶의 내일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예산’, ‘성과예산’이 절실하다. 도의회는 이 점을 명심하고 예산안 심사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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