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광과 철도 등 근현대 유산을 ‘우리시대 국가유산’으로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대한민국 석탄산업의 중심지였던 강원특별자치도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유산 지정은 속도와 방향성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다른 지역보다 한발 늦다면 강원자치도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자산들이 눈앞에서 사라질 수 있다. 강원자치도는 국내 석탄의 70% 이상을 생산했던 석탄산업의 중심축이었다. 태백 장성광업소, 삼척 도계광업소 등 굵직한 생산 거점이 있었고,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경동광업소도 삼척에 위치해 있다.
산업화 시기의 피와 땀이 서린 이 현장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증언하고 있다. 강원자치도는 이미 올해부터 강원일보와 4개 시·군, 강원랜드와 함께 ‘세계유산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탄광미래유산포럼, 광속탐험대, ‘광부의 날’ 제정 등 유산화 기반을 쌓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유산인 ‘탄광 자체’는 아직 국가유산으로 등재된 사례가 없다. 반면 전남 화순은 올 9월 화순광업소 일대를 ‘근현대 문화유산지구’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고,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국비 120억원도 확보했다. 석탄 거점 강원이 오히려 타 지역보다 뒤처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러한 상황은 정책 주도력 부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강원자치도는 산업유산을 단순히 과거의 흔적으로 남길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문화·관광자원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종합적 계획이 절실하다. 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석탄산업의 상징물들을 단순 보존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광부들의 삶을 재현하는 체험존, 역사교육 공간, 미디어아트 등을 접목한 융복합 콘텐츠를 통해 유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정책적 뒷받침도 시급하다. 탄광이 있는 태백·삼척·정선·영월 지역은 지금도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탄광유산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존·활용한다면 지역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관광산업의 동력도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는 단순한 문화유산 지정이 아니라 지역 생존 전략이다. 특히 폐광지역 개발기금과 연계한 재정 투입, 정부 주도의 유산 지정·관리 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강원자치도는 지금이 기회다. 정부의 ‘우리시대 국가유산’ 발굴 의지가 명확한 만큼 도는 선제적으로 주요 탄광 유산의 구체적 활용 계획을 수립해야 기회를 잡는다. 보존·활용 계획은 문화재청과의 협력뿐 아니라 관광부처, 지역대학, 민간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협의체 구성을 통해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강원자치도 석탄산업은 산업화의 증인이며, 새로운 전환의 자원이다. 더 늦기 전에 강원자치도는 탄광 유산화 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 타 지역을 구경 가는 것이 아니라 탄광의 중심지로서 미래를 이끄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