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8일 "정부 개입에 의한 단기 환율 안정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이재명 정부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환율은 단기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규제와 반기업 환경, 구조화된 저성장, 타 주요국들과 비교해서 실패한 대미 관세협상 결과로 인해 약화된 경제 체질의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이후 지난 24일, 26일 이틀 간 환율이 1,440원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재정적자, 저성장, 금리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질이 바뀌지 않는 한 환율 불안은 언제든 더 큰 파동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이틀간 환율 하락을 정부 개입의 능력으로 포장하는 것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지난 이틀 간 원화 뿐만 아니라 많은 주요국 통화들은 별도 개입 없이도 한국보다도 더 강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환율의 흐름을 해석할 때는 한화와 달러만 보지 말고 주요국 통화들과 비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 "달러 약세의 전 세계적인 흐름에서 강력한 구두 개입까지 했다면 우리나라의 환율이 가장 많이 떨어졌어야 했는데, 적게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24일 그러한 경향이 더 심했고 26일에는 한국 환율은 달러 대비 –0.54%를 기록했는데, 일본 –0.65%, 중국 –0.59%, 영국 –0.74%로 다른 주요국들이 더 떨어졌다"며 "경제 체질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개인과 기업의 해외투자 기대는 사라지지 않고 환율은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의원은 "잘못된 신호가 누적되면 환율 변동성은 오히려 커지고, 투기적 자본은 정부의 환율 마지노선을 시험하며 더 큰 방어비용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자본과 기업이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 경제에서 원화 약세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필요한 것은 눈앞의 숫자를 단기적으로 관리하는 환율 방어가 아니다. 재정·통화 정책의 정교한 조합과 외환 안전망 강화, 그리고 한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40.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1월 4일(1,437.9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다.
환율은 지난주 초 1,480원대로 치솟으며 연고점에 바짝 다가섰다가 24일 외환당국이 강도 높은 구두개입에 이어 각종 수급대책을 내놓으면서 30원 넘게 급락했다. 이는 3년 1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었다.
다음 거래일인 26일에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1,420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틀간 환율 변동 폭(고가-저가)은 55.4원에 달했다.
지난주 급락으로 오는 30일 결정되는 올해 연말 환율 종가는 지난해(1,472.5원)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연말엔 큰 반등 없이 환율이 1,450원 아래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외환당국은 24일 개장 직후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실행 능력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수위 높은 메시지를 냈다. 이어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 시 세제 인센티브 등 대책을 쏟아냈으며, 국민연금도 환 헤지를 개시해 시장에 달러 매도 물량을 더했다.
연말 종가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재무제표상 외화 부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환율이 여전히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이란 점에서 계속 경계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연말 종가가 작년보다 낮아지더라도 역대 3위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외환위기였던 1997년 말 종가가 1,695.0원, 2024년이 1,472.5원이었다. 그다음이 2001년 1,313.5원으로 올해 평균치와는 100원 넘게 차이가 난다.
올해는 연중 내내 고환율이 이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26일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올해 평균 환율은 1,421.9원이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1,394.9원)보다도 높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해 달러화가 연간으로 약세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원화 약세가 한층 두드러진다.
4분기 평균 환율은 1,452.6원으로 외환위기(1998년 1분기·1,596.9원) 이후 최고였던 올해 1분기 평균(1,452.9원)과 거의 같다.
일각에서는 거래가 한산한 연말을 지나 새해에 정부 '능력'이 본격 검증될 것이란 견해가 나오는 등 향후 이재명 정부의 행보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