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수상과 노미네이트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강원독립영화계는 여전히 척박한 제작 환경에 놓여있다. 수도권·대규모 작품 중심의 정부지원 아래 설 곳을 잃었고, 지자체의 정책기조의 부재로 지속성을 위협 받고 있다. 지역영화의 정체성 지키기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 추진과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체부 역대 최대 영화예산…‘지역’은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영화 분야 예산을 1,498억원으로 확정, 지난해보다 669억원(80.8%) 증액했다. 코로나19 긴급 지원이 편성됐던 2022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강원영화인들은 웃지 못했다. 2024년 윤석열 정부 들어 전액 삭감된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8억원)과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4억원) 모두 복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국내외영화제 육성 지원(48억원)’, ‘독립·예술영화 상영지원(18억원)’, ‘중예산영화의 제작지원(200억원)’ 등을 내세웠지만, 영화제 지원사업의 경우 공모 기준이 국제 영화제 기준으로 책정돼 소규모·단편 위주의 도내 영화제들에게는 허들이 높다. 대규모 제작사가 없는 도내에서 순 제작비 20억원 이상 80억원 미만의 중예산영화를 제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이 외면한 지역영화…지자체 지원 공백
지난해 도내 영화제들은 잇단 예산 삭감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지만,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영화제의 가치를 입증했다. 강릉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지난해 예산은 5,000만원으로 2024년(1억2,000만원)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영화제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영화제는 역대 최다 관객(2만7256명)을 유치하며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수년 째 지자체 예산 공백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는 원주옥상영화제에도 역대 최다 출품(400편)작이 모이며 영화제에 대한 전국적 관심을 입증했다.
하지만 올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5,000만원으로 영화제를 치러야 하며, 지자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원주옥상영화제는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하다. 지난해 전액 삭감된 도내 유일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운영 예산 역시 복원되지 않았다.
■지역영화 정책기조의 부재…장기적 계획 세워야
제작 환경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영화 정책기조의 부재 아래 지원 정책은 정권에 따라 방향을 바꿨고, 단편적인 지원 사업이 주를 이뤘다. 강원영상위원회의 강원 영상콘텐츠 창작 지원작을 제외하면 도내에서 장편 독립영화 촬영 현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력을 쌓고, 생계를 유지할 현장의 부재는 영화인들의 이탈로 이어졌다.
전문 촬영 장비를 대관 등을 지원하며 영화인들의 거점이 됐던 지역 영상미디어센터들도 연이어 문을 닫거나 축소됐으며, 영화인 교류의 주축이 됐던 평창국제영화제와 강릉국제영화제는 폐지됐다. 지역영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정책 확립과 지원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역영화네트워크 소속 김진유 정동진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역에 바라는 것은 영화계 청년들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강원 영화인들은 지역 영화제와 영상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섭외·제작·상영 등 과정에 이르는 협업을 이어왔는데, 이 터전이 흔들리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집행위원장은 “지역영화인들의 작품 활동을 뒷받침할 정책 기조를 확립해 지역에서도 온전히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