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치칼럼] 3조원 AI 투자, 춘천에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신뢰

◇배숙경 춘천시의회 부의장

춘천시는 AI와 AX 분야에 3조원을 투자하며 AI산업·AI교육·AI행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AI기반을 아우르는 ‘3+1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춘천시의 AI산업 핵심과제 중 바이오 산업은 관내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체, 그리고 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구조를 전제로, 바이오 자산에 AI·양자 기술과 제조 AX(MAX)를 결합해 단계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방도시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미래를 향한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민이 묻는 것은 투자 규모가 아니다. 이 전략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얼마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행정은 언제나 시민의 권리와 신뢰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AI 행정 역시 예외일 수 없다.

AI·양자 기술은 바이오 연구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선별의 눈’이고, 제조 AX(MAX)는 이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실행의 손’이다. 이는 기술적 수사가 아니라 구조를 설명하는 말이다. 바이오 산업은 그동안 연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실패 비용이 큰 분야였다. AI와 양자 기술은 이 연구 과정에 정밀한 설계도를 제공한다. 수많은 실험을 반복하기 전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먼저 골라보자는 접근이다. 두 축이 함께 작동할 때 연구 성과는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기업 숫자가 아니라 연구–실증–사업화가 지역 안에서 완결되는 구조다. 춘천이 가진 강점 중 하나는 공공이 보유한 데이터와 실증 기회다. 그러나 이 강점은 목적 제한, 최소 수집, 외부 반출 통제라는 원칙 위에서만 시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 신뢰를 소모하면서 키운 산업은 오래갈 수 없다.

AI교육 지원 역시 미래 인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행정과 AI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시민은 그 결과를 이해하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초·중·고, 대학, 평생학습으로 이어지는 AI교육 체계는 기술 인재 양성과 함께 시민의 알 권리와 판단 역량을 키우는 민주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 공무원 교육 또한 중요하다. 자동화된 결정 앞에서 AI를 맹신하지도, 막연히 두려워하지도 않는 조직 문화가 AI행정의 성패를 좌우한다.

AI행정은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AI가 결정권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AI는 행정을 돕는 보조자이지 결정자가 아니다. 이미 일부 민원 분야에서는 AI가 반복 문의를 분류·안내하면서 시민의 대기 시간이 줄고, 담당 공무원이 보다 복잡한 민원과 현장 대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시민의 권리와 행정 처분에 AI 단독 판단은 허용될 수 없으며, 설명 의무와 재검토권, 오류 발생 시 즉각 중단할 수 있는 장치는 제도화되어야 한다. 시의회의 역할은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준을 세우고 점검하는 데 있다.

보이지 않는 데이터와 플랫폼, 보안과 거버넌스 같은 AI기반이 흔들리면 3조원 투자는 의미를 잃는다. 무엇을 수집하고, 어디에 쓰며, 얼마나 보관하는지에 대한 원칙과 절차는 사전에 공개되고 통제되어야 한다. 신뢰는 홍보 문구가 아니라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춘천이 지향해야 할 미래는 AI를 가장 많이 쓰는 도시가 아니라, 가장 책임 있게 운영하는 도시다. 그럴 때 투자는 숫자가 아닌 시민의 삶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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