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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강원도 정책셰프의 역할, 강원을 미쉐린처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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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현 강원대 객원교수·상지대 특임교수

맛있는 음식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재료가 좋다고 해서 저절로 훌륭한 요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같은 재료라도 누가, 어떤 철학으로, 어떤 순서로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은 완전히 달라진다. 도정도 마찬가지다. 예산과 제도, 공무원과 지역 자원이라는 재료는 이미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떤 기준과 책임으로 조리하느냐다. 그래서 강원도 정책셰프의 역할은 단순히 정책을 많이 내놓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 전체를 신뢰받는 미쉐린 음식점처럼 만드는 일이다.

미쉐린 음식점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화려한 장식이나 일시적인 유행보다 재료의 질을 중시하고, 조리 과정이 정교하며, 언제 찾아가도 맛이 일정하다. 무엇보다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발표할 때만 그럴듯한 정책이 아니라, 도민의 일상 속에서 확실히 달라졌다고 느껴질 때 비로소 좋은 정책이 된다.

첫째, 재료부터 강원답게 써야 한다. 강원은 산과 바다, 농촌과 소도시, 접경과 폐광 등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진 지역이다. 여기에 에너지, 방산, 헬스케어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갖고 있다. 정책셰프는 수도권에서 유행하는 레시피를 그대로 가져오는 사람이 아니라, 강원의 재료를 가장 잘 이해하고 살릴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정책은 잠깐은 눈길을 끌 수 있어도 오래가지 못한다.

둘째, 조리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좋은 음식점의 주방은 숨기지 않는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할 수 있을 때 신뢰가 생긴다. 도정도 마찬가지다.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지, 개발 사업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 위원회와 인사는 왜 그렇게 구성됐는지 도민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원래 그렇게 해왔다는 말은 이제 신뢰를 주지 않는다. 과정이 투명할수록 정책은 이해받고, 도정은 지지를 얻는다.

셋째, 맛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오늘은 균형발전을 말하다가 내일은 개발만 강조하는 도정은 도민을 혼란스럽게 한다. 강원의 부동산, 산업, 교통, 인구 정책은 따로 노는 메뉴가 아니라 하나의 코스로 이어져야 한다. 철도와 도로는 집값을 올리는 재료가 아니라, 일자리와 생활권을 연결하는 기본 국물이 돼야 한다. 정책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을 때 도민은 안심할 수 있다.

넷째, 다시 찾고 싶은 강원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음식점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시 가고 싶어진다. 도정의 성과도 마찬가지다. 청년이 떠나지 않고, 떠났던 사람이 돌아오며, 은퇴한 세대가 정착하고, 기업이 여기서 해볼 만하다고 느낄 때 도정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통계보다 중요한, 도민이 체감하는 변화다.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꿀 때 의미를 가진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책임의 문제다. 좋은 음식점은 맛이 흔들릴 때 변명하지 않고 주방부터 다시 점검한다. 도정도 마찬가지다. 정책이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았다면 원인을 설명하고, 고치고, 다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임지는 행정만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강원을 미쉐린 음식점처럼 만든다는 것은, 도민이 여기서 계속 살아도 되겠다고 느끼고, 외부에서도 일부러 찾아올 만한 곳이라고 말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메뉴가 아니라, 정책을 만드는 기준과 도정을 운영하는 태도의 변화다. 이제 강원도정은 보여주기식 성과 경쟁을 넘어, 과정은 투명하고 결과는 일관된 도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도민이 묻는 질문도 분명하다. 누가 더 많은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강원도정을 끝까지 책임 있게 요리할 수 있느냐다. 강원도 정책셰프의 역할은 바로 그 신뢰를 도민의 일상 속에서 차분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증명해 나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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