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농어촌 대표성 유지, 선거구 획정 특례 마련돼야

획일적 인구수 기준에 지역 소멸 위기
정치 사각지대 전락, 농어촌 공동체 붕괴 우려 국회, 책임 있는 논의와 결단 필요한 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 획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구 개정과 관련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헌법재판소가 전북 장수군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헌법상 표의 등가성을 침해한다고 판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공직선거법 개정과 선거구 재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헌재가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린 장수군 외에도 중앙선관위는 동일한 인구 편차 문제를 안고 있는 9개 선거구가 추가로 헌법 불합치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비록 강원특별자치도에는 해당 선거구가 없지만 이 같은 결정은 농어촌 지역의 정치적 대표성을 둘러싼 구조적 갈등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인구수 기준으로 한 선거구 획정은 헌법상 정당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농어촌 지역의 소외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양면성을 지닌다. 현재 선거구 획정을 위해 구성된 국회의 공직선거법 및 지방선거구제 개편심사소위원회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 중이다. 강원자치도의 경우 인구 상한을 초과한 지역은 춘천과 원주, 하한 미달 지역은 영월로 확인됐다. 이들 지역의 대표성 확보 방안과 조정 기준 설정이 핵심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단순한 인구수에 의존한 획정 방식은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산간 지역을 정치적 사각지대로 만들 우려가 높다. 중앙선관위는 광역·기초의원 총정수와 선거구 획정 권한을 국회가 우선 정한 후, 이를 바탕으로 각 시·도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조례 개정을 통해 구체화하는 절차를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인구 기준일’이다.

기준 시점을 언제로 정하느냐에 따라 선거구 획정의 형평성과 대표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시점에 대한 여야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획정 논의는 어려워진다. 이제 국회는 단순한 숫자 계산을 넘어 농어촌 지역이 처한 현실을 반영한 ‘특례 조항’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역 대표성을 지키는 것은 단지 지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의 균형성과 포용성을 유지하는 주요 장치다. 이미 의료, 교육, 교통 등 각 분야에서 소외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대표성마저 약화된다면 농어촌 공동체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강원자치도처럼 산간지형과 중소도시가 혼재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인구 기준만으로 선거구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 획일적 기준 적용이 아닌, 지역별 여건에 따른 탄력적 적용이 요구된다. 인구는 적지만 면적이 넓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경우 일정한 비례 기준을 조정하거나 복수 의원 배치를 허용하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치적 배려이자, 지속 가능한 지방자치의 기반이 된다.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한 국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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