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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연구개발특구 본부, 왜 강릉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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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술 전 오죽헌시립박물관장

강원연구개발특구 지정은 강원도 과학기술 정책의 전환점이다. 이는 단순한 국책사업 유치가 아니라, 연구개발 성과를 지역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디가 더 크냐’가 아니라, ‘어디가 특구의 본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느냐’이다. 그런 점에서 연구개발특구 지역본부의 입지는 강릉이 가장 합리적이다.

연구개발특구는 본질적으로 연구를 출발점으로 한다. 기술은 연구실에서 태어나고, 축적된 연구 성과가 사업화로 확산될 때 비로소 지역 성장으로 이어진다. 지역본부는 행정 편의 시설이 아니라 연구 성과를 관리하고, 기술사업화를 기획하며, 출연연구원·대학·기업을 연결하는 특구의 컨트롤 타워이다. 따라서 본부는 연구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강원연구개발특구의 공간 구조를 보면 역할 분담은 분명하다. 강릉은 천연물 소재, 바이오, 반도체 센서 소재 등 원천·응용 연구를 담당하는 R&D 중심 지구다. 춘천과 원주는 각각 바이오의약과 디지털 헬스케어·의료기기 분야의 사업화 거점이다. 이미 춘천, 원주는 혁신도시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성장해 가고 있다. 이것은 연구는 강릉에서 시작되고, 성과는 춘천과 원주로 확산되는 구조다. 이런 체계에서 연구개발특구 본부가 연구 중심지인 강릉을 떠나 다른 곳에 설치된다면, 특구 운영의 효율성과 정합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도적 요건에서도 강릉의 경쟁력은 분명하다. 강원연구개발특구 지정의 핵심 요건인 정부출연 연구원 2곳 이상 집적 조건을 강릉은 이미 충족하고 있다. KIST 강릉분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강원본부를 비롯해 식품·지질·해양 관련 연구기관들이 연계돼 있다. 이는 강원특구가 성립할 수 있었던 결정적 기반이며, 본부 기능을 수행하기에 가장 안정적인 환경이기도 하다.

국가균형발전의 관점에서도 강릉의 상징성은 크다. 수도권과 인접한 내륙 도시에 연구 행정 기능이 집중되는 것은 기존의 공간 편중을 반복할 우려가 있다. 반면 강릉은 동해안 권역의 유일한 국가 연구 거점으로, 해양·바이오·천연물 등 강원만의 고유한 연구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 본부를 강릉에 두는 것은 강원 전체의 균형 발전과 동해안 과학기술 축 형성이라는 국가적 목표에도 부합한다.

1995년 도농복합도시 출발 당시 춘천, 원주, 강릉이 대동소이한 규모의 도시였으나 20년이 지난 오늘날 많은 변화를 가져왔음을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춘천, 원주는 생산성 향상으로 인구 유입 효과가 큰 거점도시로 확대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이 중지된 이후 동해안 7번 국도변은 황폐해졌다. 강원특별자치도 내의 균형발전, 국가균형발전과 지역발전의 측면에서도 강릉이 고려되어야 할 이유이다.

연구개발특구는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는 사업이 아니다. 연구가 축적되고, 기술이 이전되며, 기업이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기 때문에 본부 입지는 정치적 타협이나 행정 편의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강릉은 이미 연구 기반을 갖춘 도시이며, 특구 제도의 취지를 가장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강원연구개발특구는 강원도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선택이다. 연구개발특구 본부를 강릉에 두는 것은 특정 지역의 이익을 넘어, 특구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국가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선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특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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