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군에는 수많은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마을이 생기고 사라진 이야기, 농업과 산업의 변화,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흔적,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까지 모두 횡성의 역사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들이 과연 체계적으로 기록되고, 관리되고, 미래로 전달되고 있는지 묻는다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역사는 거창한 사건이나 위대한 인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래된 흑백사진 한 장, 장날의 풍경, 학교 운동회 사진, 마을회관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 속에 진짜 지역의 역사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기록들은 대부분 개인의 앨범 속이나 서랍 안에 흩어져 있고, 세월이 흐를수록 분실되거나 훼손되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기록하지 않은 역사는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잊힌 역사는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기 역시 언젠가는 과거가 된다. 오늘의 평범한 하루,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거리와 풍경, 일상의 모습들이 미래 세대에게는 가장 궁금하고 소중한 기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를 남기지 않는다면 미래의 횡성은 스스로의 과거를 설명할 자료를 갖지 못한 채 공백으로 남게 된다.
이제는 횡성군 차원에서 역사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보전·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사진과 영상, 문서 기록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구술 기록, 마을 단위의 생활사, 변화 과정을 담은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는 ‘횡성 역사 아카이브’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자료 보관이 아니라 횡성의 시간을 정리하고 연결하는 작업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서울을 비롯해 목포시, 부산 영도구, 대전 대덕구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의 문화와 생활사, 주민의 기억을 발굴·기록·보존하는 역사 아카이브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는 기록이 지역의 과거를 지키는 동시에 미래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역사 아카이브는 횡성의 정체성을 세우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우리는 종종 ‘횡성다움’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기록과 자료가 없다면 정체성은 추상적인 표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축적된 기록은 정책 수립의 참고자료가 되고 교육과 문화 콘텐츠의 자원이 되며 관광과 지역 브랜드의 깊이를 더하는 자산이 된다. 기록은 곧 경쟁력이다. 또한 역사 아카이브는 미래세대를 위한 타임캡슐의 역할을 한다. 수십 년 후의 아이들이 지금의 횡성을 들여다보며 ‘이 시기 횡성은 이렇게 살아 있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현재의 모습과 고민, 변화의 과정을 생생하게 남겨야 한다. 이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소속감을 키우는 중요한 교육자료가 될 것이다. 이 거대한 작업은 반드시 거창한 계획에서 출발할 필요는 없다. 지금이라도 단 한 장의 사진을 찾고 하나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마을마다, 세대마다 흩어져 있는 기억을 하나씩 모으는 순간, 횡성의 역사는 비로소 이어지고 살아 움직이게 된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다. 사라진 기록은 다시 만들 수 없다. 횡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역사 아카이브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는 일, 바로 지금 우리가 시작해야 할 횡성의 책임이자 약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