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특례 취지 무색 ‘통합특별법’ 특례, 이래도 되나

산림이용진흥지구·지역인재 채용 등
강원자치도 핵심 조항 거의 그대로 복사
각 지역 조건에 맞는 것을 발굴해 나가야

전남·광주, 충남·대전, 대구·경북 등 각 지역의 행정통합특별법이 국회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이들 법안이 강원특별자치도의 핵심 특례 조항을 거의 그대로 ‘복사’해 반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강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산림이용진흥지구, 농촌활력촉진특구, 환경영향평가, 지역인재 채용 특례 등은 강원특별법의 고유 조항으로, 지역적 특성과 수년간의 정책 연구를 바탕으로 도출된 국내 유일의 제도들이다. 이를 타 지역이 아무런 조율이나 변형 없이 ‘복붙(복사해 붙이기)’하는 것은 특례의 원래 취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강원특별자치도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위로 비칠 수밖에 없다.

강원특별법은 중앙집중형 국가 구조 속에서 소외돼 온 강원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치열한 논의 끝에 만들어진 법이다. 특히 산림이용진흥지구 특례는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산림으로 묶여 각종 개발이 제한된 강원도 실정을 고려한 대표적 자구책이다. 해당 특례는 단순한 개발 허용을 넘어, 환경 보존과 균형 잡힌 개발 간의 접점을 찾기 위한 고도의 행정 설계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를 다른 시·도 법안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해당 지역이 과연 같은 절박성과 정책적 정당성을 갖췄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농촌활력촉진특구도 마찬가지다. 절대농지 해제는 농업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기에, 이를 지역 개발의 지렛대로 삼으려면 탄탄한 사회적 합의와 현실적 필요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강원도처럼 고령화와 공동화가 심화된 농촌 상황이 아닌 지역이 해당 특례를 동일하게 가져간다면 이는 형식적 평등일 뿐 실질적 형평과는 거리가 멀다. 지역인재 채용 특례 또한 특정 지역의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지, 전 시·도가 남용할 수 있는 표준형 제도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특례 복제’가 계속된다면 결국 ‘특별자치도’의 의미 자체가 퇴색된다는 점이다. 각 지역의 특례는 해당 지역이 처한 조건과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례는 그 자체로 지역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자생력을 높이는 수단이지만, 타 지역 사례를 베껴 단순 수치상 형평만을 추구한다면 실질적인 효과도 얻기 어려우며 지역 간 경쟁력의 차별성도 흐려질 것임은 자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시·도에 똑같은 특례를 부여하는 방식이 아닌 각 지역의 여건에 따른 맞춤형 특례를 설계하는 정책적 정밀도다. 예산과 행정력을 들여 오랜 시간 연구·협의한 강원특별법의 특례들을 무단 차용하는 행위는 지역 간 상생이 아니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이러한 형식적 평등에 기대어 ‘복붙 입법’을 용인한다면 특례 입법의 정당성은 무너지고 만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강원만의 문제 해결을 위한 ‘선도 모델’이자 전국적 분권 확대의 시험대였다. 따라서 강원도의 특례를 참고하되, 타 지역은 각자의 조건에 맞는 특례를 새롭게 발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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