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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강릉과 미래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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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기자

언젠가부터 동해안은 ‘잠자는 에너지의 땅’으로 불린다. 바다와 산, 댐과 발전소가 어우러졌건만 정작 이 모든 자원이 눈뜨지 못하고 있다. 도암댐은 25년째 멈춰 있고, 강릉과 삼척, 동해의 화력발전소는 지어 놓고도 전기를 제대로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 만들었지만 쓰지 못하는 역설이다. 동해안이 처한 전력의 아이러니는 어쩌면 우리 국가 에너지 정책의 축소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전기를 만들지만, 쓰지 못한다.’ 강릉의 한 발전소 직원이 말하는 탄식이다. 송전망 없는 발전소, 갈등만 남은 댐. 강릉과 삼척, 동해의 화력발전소와 도암댐의 사례는 계획과 실행의 균열이 어떻게 실질적 낭비로 이어지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2026년 에너지 전환의 시대가 시작됐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미래 에너지 수요는 폭증하지만 우리가 가진 전력은 이를 모두 감당할 수 없다. 원전 부지 공모 등 계획은 모두 다가오는 전력 수요 폭증에 대한 정부의 응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언한다. 신산업이 요구하는 전력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을. 거기엔 단순한 공급 확충만으론 부족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원전을 짓기까지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찾는 것도 조 단위의 돈을 쓰고 세운 발전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병행전략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계획은 10년, 가동은 0년’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재가동’이냐 ‘전환’이냐의 이분법은 구시대적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양자선택이다. 지역경제 자립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꾀하는 ‘스마터 파워 빌리지’는 그 출발선일 뿐이다. 멈췄던 도암댐을 재가동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거버넌스를 지금이라도 만들어 소통하자. 지어진 화력발전소가 풀가동될 수 있도록 지역 분산형 전력망으로 확장되는 전략도 기획하자. 에너지는 충분하다. 문제는 이를 흐르게 할 정치적 용기와 행정적 상상력이다. 그 흐름이 강릉에서 다시 시작된다면 동해안은 더 이상 잠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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