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적으로 저의 부족함과 잘못으로 인한 패배입니다. 강원도민들께서 제게 주신 사랑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2022년 6월2일. 이광재 전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에서 가진 캠프 해단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2004년 총선 출마를 시작으로 20여년간 이어진 정치 역정의 첫 선거 패배였다.
그리고 또다시 4년 후, 설욕의 기회가 오는 듯 했다. 2년 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로 정치무대를 옮겼지만 그의 이름 석자가 갖는 힘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출마를 깊게 고민할 정도로 출마를 요청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 스스로도 아쉬움이 컸던만큼, 출마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선택은 반대였다. "강원도를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고심한 결과"였다.
오는 6·3지방선거 불출마를 결정한 이 전 지사를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 이미 여러번 받았을 질문이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 '불출마'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강원도를 잘 사는 곳으로 만드려면 두 사람 중에 더 많이 가져올 수 있고, 챙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건 한국 정치를 망치는 대표적인 사고방식이다"
■ 이번 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민이 깊었다. 결단 직전 저녁에 참모들과 모여 회의를 했는데 정확히 의견이 반반 갈렸다. 결국 내가 결단할 문제였다. 출마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도 맞다. 불출마 선언 뒤에 내 블로그에 올린 42쪽 짜리 글은 사실상 출마선언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경선 준비도 했었다"
■ 그런데 갑자기 왜 '불출마'를 결단했나="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서거가 아무래도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장례기간 동안 매일 빈소를 찾았는데 일종의 노무현·이해찬계 인사들이 다 모였을 것 아니냐. 지방선거 이슈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이광재와 우상호가 오르내리는 강원도지사 선거 얘기기도 많이 나왔다. 그래도 한국정치에서 우상호와 이광재, 이 둘은 합리적 정치를 하는 사람들인데 경선하는게 좀 안타깝다는 분위기였다"
■ 두 사람의 경선을 말리는 분들이 있었나="그렇지는 않았다.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경쟁한다는게 안타깝다, 그래도 해야 한다면 해야지라는 말씀들이었다. 애정 어린 걱정과 염려였다"
■ 그렇다면 더더욱 '불출마' 결정이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빈소에서 여러 말씀을 들었다. 강원도 입장에서 봤을 때 누가 나서는게 더 이익이 될까라는 고민을 했다. 나는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서 좀 더 플러스가 있는 사람이고, 우상호 전 정무수석은 대통령과 가깝다는 데 플러스가 있으니까 힘을 합치는게 낫지 않을까. 정치인으로 살고 죽는다는게 무엇일까. 좀 더 강원도에 의미있는 결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래도 앞서 나가는 사람이 양보를 하면 우리 정치에 새로운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우상호 전 수석이 '선수'로 뛰는데 더 적임자라는 의미인가= "이번 지방선거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강원특별법의 운명이 걸려 있다. 4년 전 내가 도지사로 출마했을 때는 내 운명을 알 수 없으니까 강원도민에게 먼저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당시 윤호중 비대위원장에게 요청했고, 선거 전에 강특법이 통과됐다. 이번 강원특별법 개정은 더 절실하다. 이런 절실한 문제를 푸는데 내가 나가는게 맞나, 우 전 수석과 힘을 합쳐서 이 과제를 해결하는 게 맞는건가 고민했을 때 나는 후자, 힘을 합치는게 더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 이재명 정부에서 향후 '역할'을 맡기로 한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데="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어떤 '딜'이 있거나 그런 건 일체 없다. 내 스스로 용납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나 스스로를 설득할 수 없다. 그건 나답지 않은 일이다"
■ 우 전 수석과 어떤 방식으로 '힘'을 합칠 계획인지 = "일단 강원특별법 개정과 관련해 선거 전에 얻어낼 수 있을만큼 얻어내기 위해 뛸 것이다. 100% 다 되진 않겠지만 충분히 얻어 내겠다. 선거가 끝난 뒤에 해주는 것보다는 선거 전에 많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조율중이지만 우 전 수석과 협의해 국회의원 100명을 모아 여의도에서 강원특별법의 내용을 확실히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겠다. 강원도의 운명을 바꿀수 있도록 여당이 시동을 걸겠다. 그래야 변화가 올 수 있다. 강원특별법 개정을 안하면 행정통합으로 덩치가 커지는 타 지자체에 비해 강원도의 위상은 어마어마하게 쪼그라든다"
■ 블로그에 올린 '강원도를 사랑하는 이광재가 드리는 편지'엔 어떤 내용을 담았나="아까도 언급했듯 그 글은 출마선언문이나 다름없다. 가장 중요한 건 수도권 순환철도망 예산을 받은거다. 서울 강남과 연결되고, 3년 뒤면 판교와도 연결이 된다. 수도권이 포화상태에 있으니 앞으로 기업도시를 만들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또 하나는 산림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과거 경북이 산림테라피 사업으로 어마어마한 예산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산림 사업지구로 공동 지정을 받아 우리도 사업을 따내야 한다.
현재 강원도의 81%가 산인데 40%가 국유지이다. 캐나다 같은 경우 소유는 국가가 하고 운영권은 지자체에 준다. 우리가 캐나다처럼 산림 운영권을 가지면 산에 대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자연휴양림 같은 사업은 산림청 돈으로 하니까 월초면 모두 매진된다.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교원공제회나 이런데를 활용하면 더 많이 지을 수 있고 소득형으로 할 수도 있다. 몇조원을 받는 수준을 넘어서는 거다"
■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가려고 하는 정책적 방향에 강원도를 맞춰야 예산이나 사업을 하기가 수월하다. 삼척과 동해, 강릉에 화력발전단지가 있는데 일부는 송전선로가 없어서 2,000억원씩 적자가 난다. 법을 만들어서 데이터센터를 두게 하면 어떨까. 일단 송전선로 까는데 들어가는 1,000억원을 안 써도 된다. 발전사가 투자할 수도 있다. 이들 발전소 생산량이 총 6기가 규모인데 1기가에 13조원 정도의 데이터 산업이 생긴다. 그래서 이걸 리조트랑 겸하자. 거기에 레지던스를 두고, 국제학교를 세우자. 그게 바로 관광기업형도시이다.
춘천은 전기발전량은 적지만 소양강댐이 있어서 일정하게 낮은 온도의 냉수 활용이 가능하다. 춘천과 강릉, 삼척, 동해는 이런 부분들을 강조하면 이재명 정부를 설득하기 굉장히 좋은 부분이 있다"
■ 지선 이후에는 무엇을 할 계획인가="강원도와 분당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 역량이 크진 않지만 열심히 해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도리를 다하는거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지선이 끝난 후에는 벤처창업국가를 위해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이 나라가 잘될까 하는 생각이 많았는데 12·3 비상계엄이 터졌을 때 청년들이 응원봉을 갖고 거리로 나오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 과거에 'IT' 산업이라는 게 없었다면 현재의 카카오, 네이버는 절대 없었을 것이다. AI나 바이오산업이 등장했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가 한번 더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분당이나 강원도에 도움이 될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