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평화경제특구, 지역이 체감하는 설계도가 중요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인 평화경제특구 조성을 위한 세부 절차에 착수했다. 춘천·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강원 접경 7개 시·군이 특구 지정 대상으로 거론되며, 남북교류 협력 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열렸다. 평화경제특구위원회가 ‘2026~2027년 지정 계획 공고(안)’와 ‘개발계획 평가단 구성·운영 계획(안)’을 의결했고, 통일부·국토부는 관보 게시와 지자체 통보를 거쳐 내년까지 4개 내외 특구 지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절차가 움직이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지역이 체감하는 설계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평화경제특구의 취지는 분명하다. 접경지역 발전과 남북교류 협력 산업 활성화를 위해 조세·부담금 감면, 규제 특례, 기반시설 지원을 묶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강원 접경지역은 오랫동안 안보의 최전선이라는 이유로 중첩 규제와 개발 제한을 감내해 왔다.

그 대가로 돌아온 것은 인구 감소, 산업 기반 취약, 정주 여건의 상대적 열세였다. 특구가 이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국가의 책임 있는 보상’이 되려면, 지정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지정 이후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성과로 보여줄지 ‘실행 프레임’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권역별 구상은 방향성을 제공한다. 철원이 포함된 중부내륙권은 DMZ·한탄강과 정주형 산업도시를 연계한 내륙 도시개발 협력의 중심지로, 춘천·화천·양구·인제 등 동부내륙권은 스마트농업·푸드테크, 임산·한방자원, 공동생활권 시범도시 등으로, 고성·속초의 동해안권은 금강·설악 관광, 동해안 항로, 국제평화관광권, 식품·물류·문화 교류로 특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종합선물세트’식 나열로 끝날 때다. 각 권역은 하나의 대표 프로젝트(앵커)와 이를 뒷받침할 2~3개의 연계 과제를 명확히 정하고, 인허가·재원·인력·수요처까지 한 번에 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남북관계의 변동성은 특구 성패를 좌우할 최대 변수다. 교류가 막히면 특구가 공허한 간판으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남북교류 전제형’ 사업만으로는 위험하다. 접경의 생태·관광·농식품·물류·바이오(한방 포함) 같은 ‘자체 성장형 산업’을 기본 축으로 두고, 교류가 재개되면 곧바로 확장할 수 있는 ‘모듈형 협력 사업’을 얹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평화는 의지로 만들되, 경제는 불확실성에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의 관건은 규제 특례가 실제로 현장에 닿느냐는 점이다. 특구가 이름만 ‘특례’이고 절차는 기존과 같다면 기업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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