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스크린의 뜨거운 열기가 서점가로 옮겨붙어 또다른 ‘단종앓이’가 시작되고 있다. 비운의 어린 임금 단종의 실제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관련 도서 판매가 크게 늘고있는 추세다. 이를 반영하 듯, 100년 전에 쓰인 고전 소설 ‘단종애사’가 여러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돼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하고 있고, 역사 동화 ‘어린 임금의 눈물’ 역시 영화 흥행에 힘입어 주간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무려 154계단이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단종의 비인 정순황후의 삶을 다룬 소설 ‘영영이별 영이별’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단종애사=이광수 작가가 1928년부터 연재한 원작 소설을 현대의 독자들이 읽기 쉽고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문장을 다듬어 새롭게 출간한 역사소설이다.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 청령포로 유배되어 끝내 죽음을 맞이한 단종의 비극과 피비린내 나는 권력 암투를 매우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낸다. 비운의 어린 임금을 위해 목숨을 바쳐 의리를 지킨 사육신과 평생을 눈물로 지낸 생육신의 강직한 절개를 통해,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권력의 본질과 인간의 양심이 무엇인지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열두 살 소년의 고독과 조선 정치사의 매서운 냉혹함을 고발하는 이 소설은 수많은 사극 드라마와 영화의 서사적 원형이 된 고전으로 여전히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어린 임금의 눈물=단종이 1인칭 주인공 서술자가 돼 직접 자신의 억울하고 애절한 사연을 들려주는 방식의 장편역사동화다. 이주홍 아동문학상 수상작으로 이규희 동화작가의 작품이다. 피비린내 나는 권력 쟁탈의 정쟁 속에서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홀로 감당해야만 했던 무거운 짐과 스스로의 나약함에 좌절하는 인간 단종의 고뇌를 매우 깊이 있게 담아냈다. 단종에게 유일한 핏줄이었던 경혜공주와 부인 정순왕후의 애절한 사연, 사육신과 생육신 등 선비들의 강직한 역사적 발자취도 함께 되짚어본다. 특히 고립무원의 유배지 청령포와 울분을 토하던 자규루, 억울한 죽음을 맞은 관풍헌 등 영월 곳곳에 서린 슬픈 풍경을 맑고 담백한 수묵화로 오롯이 담아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영이별 영이별 = 김별아(강원문화재단 이사장) 소설가가 단종의 비였던 정순왕후 송씨의 시점으로 가슴 아픈 사랑과 역사를 써 내려간 장편소설이다. 청계천 영도교에서 단종과 생이별을 한 뒤 정업원의 비구니가 돼 65년을 홀로 살아낸 그녀가, 혼백이 돼 저승에 가기 전 49일 동안 시간의 역순으로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는 독백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철저히 가려져 있던 조선시대 여성들의 애달픈 삶과 기록되지 못한 목소리들을 포용적이고 인간적인 관점에서 따뜻하게 재해석해 냈다. 세조부터 중종까지 5대 왕의 시대를 거치며 부박한 삶을 끝내 살아낸 여성의 처절한 읊조림은, 두려움에 떨던 왕들의 이면과 역사의 상처를 보듬으며 진한 여운을 남기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