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기후변화 상황지도로 미리 보는 강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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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상청장

강원특별자치도는 계절의 변화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봄이면 척박한 땅을 뚫고 돋아난 꽃들의 향기가 가득하고, 높은 산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과 봄꽃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여름이면 울창한 숲이 만든 그늘과 맑은 계곡, 푸른 바다가 시원한 휴식을 선사하고, 가을이 되면 오색 빛으로 물든 백두대간의 단풍이 전국에서 찾아온 등산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겨울에는 눈이 가득 쌓인 설산이 스키와 눈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다.

우리는 미래에도 지금처럼 봄에는 꽃놀이를 가고 겨울에는 새하얀 풍경을 만끽할 수 있을까?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온 사계절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유지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기상청의 ‘기후변화 상황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인 ‘SSP(공통사회경제경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과거부터 미래 2100년까지 기온, 강수량, 바람 등 기후 요소의 변화 추세를 읍·면·동 단위로 상세하게 보여준다.

이 시나리오는 인류의 경제 활동과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네 가지로 나뉜다. 가장 낙관적인 ‘SSP1-2.6(저탄소 시나리오)’은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이다.

‘SSP2-4.5’는 기후변화 완화와 사회경제 발전의 정도를 중간 단계로 가정한 것이고, ‘SSP3-7.0’는 기후변화 완화 정책에 소극적이며 친환경 기술개발이 늦어 사회구조가 기후변화에 취약할 때를 가정한 시나리오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SSP5-8.5(고탄소 시나리오)’로,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두고, 화석연료 사용 비중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을 가정하고 있다.

만약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21세기 후반에는 여름이 1년의 절반 가량으로 늘어나고, 현재 전국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의 약 92%를 차지하는 강원 지역의 재배적지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산자락에서도 생산이 어려워져, 앞으로 식탁 위에서 고랭지 배추를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한파일수와 결빙일수가 줄어들어, 화천 산천어축제, 태백산 눈 축제와 같은 겨울 축제와 스키 등 겨울철 관광산업이 위축될 것이다.

기후변화가 불러올 변화는 최근 기후변화 상황지도에 추가된 ‘전지구 온난화 수준별 우리나라 기후변화 예측 정보’에서도 직관적으로 나타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전지구 평균기온이 1.5도, 2.0도, 3.0도, 5.0도씩 상승할 때 각 지역의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예를 들어 전지구 평균기온이 5.0도 오르면 강원특별자치도의 평균기온도 약 4.8도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예측자료는 지구온난화가 우리 삶의 터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심각한 문제이며, 앞으로 우리는 극한기후를 일상적으로 마주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후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따라 미래 기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상청의 기후·기후변화정보 고도화, 지자체 및 산업계의 효과적인 기후위기 적응대책 수립, 개개인의 일상 속 기후행동 실천이 모일 때, 우리는 낙관적인 미래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사계절과 계절이 선사하는 다양한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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