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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기름값과 가격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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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 기자.

미국-이란 전쟁 이후 주유소 평균 기름값이 한때 2,000원에 육박하면서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서민들에게 기름값은 단순한 지표가 아니다. 곧 생존의 온도다. 장바구니 물가는 물론이고, 농번기를 앞둔 농민들의 경운기 연료비, 물류 현장을 누비는 화물차 운전자의 생계비가 이 숫자 하나에 휘청인다. 정부가 부랴부랴 강도 높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이유다. ▼석유사업법 제23조,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가격의 천장을 직접 정하겠다는 이 조항은 사실상 전시 상태에 준하는 비상조치다. 하지만 시장의 생리는 법전의 글귀처럼 명쾌하지 않다. 가격을 억지로 억누르면 공급이 숨어버리는 동맥경화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최고가 지정은 자칫 주유소들의 ‘배짱 영업’이나 공급 부족이라는 더 큰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 가격 통제는 단기 처방일 뿐,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교한 곡예사의 균형 감각이다. 최고가격 지정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기 전, 유류세 인하 폭을 더 과감하게 넓히고 비축유를 효율적으로 풀어 시장의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국제 정세의 파고를 우리가 막을 수는 없으나, 그 파고가 서민의 안방까지 들이닥치지 않게 방파제를 쌓는 것은 오롯이 정부의 몫이다. “기름값이 시차도 없이 너무 올랐다”는 한 시민의 토로는 단순히 비싸다는 불평이 아니다. 외부 악재에는 즉각 반응하면서, 하락기에는 거북이걸음을 걷는 국내 유가 구조에 대한 깊은 불신이 담겨 있는 호소 아닐까. ▼정부는 ‘최고가 지정’이라는 위협적인 카드보다 유통 과정의 거품은 없는지, 서민의 고통을 담보로 누군가 폭리를 취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주유기 앞에 선 주민의 마음은 이미 꽁꽁 얼어붙었다. 기름값 공포가 현실이 되기 전, 서민들의 한숨 소리를 잠재울 실효성 있는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기름은 등불을 밝히는 도구여야지, 민심을 태우는 불씨가 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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