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미성년 범죄와 디케의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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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원주주재 기자

그리스 신화 속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눈을 가린채 저울과 칼(법전)을 들고 있다. 헝겊으로 가린 눈은 공정성을 뜻하고, 왼손에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는 저울은 형평성, 칼은 엄격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디케의 저울은 어떻게 움직일까?

최근 원주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월5일 오전 9시 12분께 A(15)군이 원주시 단구동에 있는 동창의 아파트에 침입해, 집 안에 있던 동창의 모친인 40대 B씨와 10대 자녀 두 명 등 총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했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부상을 입은 모녀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고, 아파트 인근 화단에 숨어 있던 A군을 체포했다.

수사 과정에서 A군의 범행은 단순 일탈이 아닌 계획 범죄로 드러났다. A군은 미리 알고 있던 아파트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이용해 건물에 들어간 뒤, 가족이 문을 여는 틈을 타 집 안으로 침입했다. 전에 휴대전화로 흉기 등 범행 도구를 검색한 기록도 확인되면서 사전 준비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범행 동기는 다친 딸중 한명이 자신의 격투기 활동을 만류하는 등 생활에 간섭했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 가족은 살인·성폭력 등 강력범죄에 대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할 수 없고, 유기징역 상한이 15년으로 제한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청원을 제기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 단순 일탈로 여겨졌던 미성년자 범죄가 점차 흉포화·조직화되면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성년자 처벌 강화 논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지만, 번번이 입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는 단순히 처벌 수위를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미래 세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처벌 강화를 주장하는 측은 범죄의 중대성과 피해자의 권리를 강조한다. 실제로 일부 미성년자 범죄는 성인 범죄 못지않게 잔혹하고 계획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신체적·인지적 발달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진 만큼,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이 과도하게 감경되거나 신원이 보호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피해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나이가 면죄부처럼 작용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는 사법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처벌 강화에 반대하는 측은 청소년의 발달적 특성과 교정 가능성을 근거로 든다. 청소년기는 충동 조절 능력과 판단력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시기로, 가정환경과 또래 관계, 사회경제적 조건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단순한 처벌 강화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결과만을 단죄하는 접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미성년자를 성인 범죄자와 유사한 환경에 노출시켜 사회 복귀를 어렵게 하고, 범죄의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문제는 처벌과 교정, 책임과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 인가에 달려 있다.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상황에 따른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신중하고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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