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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초점]강원 노동정책, 이제는 전담체계로 답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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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한국노총 강원도지역본부 의장

김재중 한국노총 강원도지역본부 의장

또다시 노동절이다.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고 노동자의 권익을 확인하는 날이다. 특히 올해는 노동절이 63년 만에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더욱 뜻깊은 해다. 그러나 강원특별자치도의 노동 현실을 돌아보면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기념과 선언을 넘어, 이제는 실제 변화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강원은 더 이상 노동 현안이 적은 지역이 아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수립한 2026년 노동정책 시행계획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52.0%로 전국 최고 수준이고, 월평균 임금은 전국 평균의 87%에 그친다. 2024년 기준 사고사망만인율은 전국 세 번째로 높다. 전체 사업장의 99%가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이며, 초고령화와 청년 인구 감소, 서비스업 중심 산업구조까지 겹쳐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동행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과제다.

그럼에도 강원의 노동행정 현실은 정반대다. 도청에는 전담 노동국은 물론 독립된 노동 전담 과조차 없다. 노동행정은 경제국 산하 기업지원과의 한 팀에서 맡고 있으며, 팀장 1명과 주무관 2명이 전부다. 이들은 노동정책 총괄부터 노조 설립·관리, 노동분쟁, 체불임금, 산업재해 예방, 생활임금, 비정규직·플랫폼·청소년·감정노동자 보호까지 사실상 모든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한 팀의 감당 범위를 넘어선 구조이며, 현장 대응의 속도와 질을 동시에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한계다. 실제로 체불임금이나 산업재해와 같은 긴급 사안은 ‘신속한 대응’이 생명인데, 현재의 구조에서는 사후 대응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노동자의 권리가 제때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강원도 스스로도 이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시행계획에는 ‘노동행정 전담조직 강화’가 별도 과제로 포함되어 있다. 44개에 달하는 정책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하면서도 이를 실행할 조직과 인력은 그대로다. 노동존중을 말하면서 행정의 그릇은 키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정책은 선언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조직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장은 결국 방치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광역단위의 이러한 인식은 결국 18개 시·군의 취약한 대응 구조로 이어진다. 강원 다수의 시·군 역시 노동정책을 독립된 전담 부서로 다루지 못하고 경제·일자리 부서 안에서 겸임하거나 분산 처리하고 있다. 춘천시는 기업지원팀, 원주시는 일자리지원팀에서 일부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강릉시만이 노사협력팀을 운영하고 있는 수준이다.

도청이 노동을 후순위에 두니, 시·군 역시 노동 현안을 선제적으로 다룰 전담 인력과 체계를 갖추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피해는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플랫폼 노동자, 청소년 노동자, 감정노동자와 같은 새로운 노동 취약계층에 대한 대응 역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강원처럼 취약노동자가 많고 영세사업장이 절대다수인 지역일수록 노동행정은 더 두터워져야 한다. 더 열악한 지역일수록 더 많은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정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행정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는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도청에는 노동 전담 과를 넘어 장기적으로 ‘노동국’을 설치해야 한다. 단순한 조직 확대가 아니라, 노동정책을 도정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는 구조적 전환이다. 동시에 18개 시·군에도 최소한 팀 단위 이상의 전담조직과 상시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체불임금, 산업재해, 비정규직, 청소년·플랫폼·감정노동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노동 없는 노동정책으로는 강원을 바꿀 수 없다. 계획은 선언일 수 있지만, 직제와 인력은 의지다. 노동절에 강원 노동자들이 듣고 싶은 것은 또 하나의 구호가 아니다. 노동을 도정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에 두겠다는, 분명하고 구체적인 조직 개편의 약속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금, 실행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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