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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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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림 부장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농어촌 유학을 운영하는 홍천군 서면 모곡초등학교는 지난해 7월 ‘홈커밍데이''를 개최했다. 농어촌 유학에 참여했던 수도권 유학생들을 초대해 캠핑, 자연 관찰 등을 하고 “모곡초 생활 중 가장 좋았던 점이 무엇인가?”라는 설문 조사도 했다. 1위는 ‘운동장,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었던 것''이었다. 최영복 교장은 “놀이는 긴장감을 풀고,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 도시에서는 제한받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운동회와 운동장 축구 등 야외 활동이 소음을 유발한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운동회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벽보를 직접 만들어 학교 울타리에 붙이기도 했다. 강원지역에서도 운동회를 체육관에서 개최하는 학교들이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 운동회''를 이유로 112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350건이었다. ▼놀 공간뿐만 아니라 놀 시간도 없어지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아동 1,177명과 성인 8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아동권리 인식 조사에서 놀 권리를 보장받는 데 가장 방해되는 요인으로 ‘놀 시간 부족(40.1%)''이 제일 많았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학습 시간은 5시간 5분으로 5년 전보다 19분 증가했다. ▼고(故) 이어령 선생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란 저서에서 아이들의 놀이에 인색한 한국 문화를 ‘완구 없는 역사''란 글로 일갈했다. 서양에서는 유사 이전부터 완구가 있었지만, 한국의 어른들은 장난감을 만들어 준 일이 없다. 아이들은 길가에 뒹구는 돌을 주워 놀았다. 그는 “우리나라에 완구가 없다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이들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곧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말이 된다”고 말했다. 운동회가 사라지는 오늘의 한국 사회도 ‘완구 없는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래를 내다볼 여유도 없이, 아이들 노는 소리가 소음으로 들리는 팍팍한 세태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신하림부장·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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