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이란 한 지역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줄곧 취재하면서 한 가지 궁금해졌다. 주민들이 ‘지방 정부의 성과’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였다. 바닥 민심이 지방 정부를 평가할 때 흔히 하는 “달라진게 있다” 혹은 “달라진게 없다”는 말의 요체가 뭘까, 되짚어봤다. 결론은 ‘공간의 변화’였다. 주민 삶의 질을 높일 공간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 그 공간에 많은 사람이 오가며 활기를 찾는 것,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을 갈망했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국토 공간 디자인은 대통령의 철학이 담겼다. 수 많은 난관 속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뚫거나, 국민이 오갈 수 있는 공간을 북한까지 넓히는 것, 균형발전론을 담거나, 대운하를 놓는 것, 공공기관을 이전하거나, 5극 3특이란 권역간 전략을 만드는 모든 것은 정권의 원리와 원칙이 반영된 결과였다.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토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적 의미의 땅이 아니다. 생산과 생활, 안보와 보전의 공간으로서 통치권이 미치는 지역의 범위 이자 국민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녹아 있는 정치적, 유기적 공간이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표해서 선출된 권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결국 ‘함께 살아하는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이다.
홍천 선거전의 공약 대결도 결국 공간 디자인 설계도를 둔 경쟁이었다. 철도 조기 개통, 역세권 개발, 침체된 원도심 상권을 살리기 위한 미니 뉴타운, 10개 읍·면별 파크 골프장 조성, 빈집 은행 구축, 홍천종합체육관 신축, 강원도립미술관 유치, 체류형 관광도시 조성, 반려동물 특화 도시 등이 해당됐다. 홍천 뿐만이 아니었다. 수부도시 춘천만 보더라도 캠프페이지 개발, 도청 신청사 이전 문제 등이 이슈였다. 도시 공간 구상을 놓고 공약 대결이 펼쳐진 것은 다른 시·군도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6·3 지선 후보들이 내세운 공간 디자인 구상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택은 끝났고, 이제는 실행이 남았다. 공간 개발은 반대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개발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최소화 할 것인가 역시 중요하다. 공간 개발은 막대한 예산이 들기 마련이다. 수 많은 공간 중 어느 곳부터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우선 순위 역시 중요하다. 당선인들은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이에 대한 청사진도 함께 내놓아야 할 것이다. 성과 만들기에 급급해 공간 디자인 원리, 원칙을 주민과 공유하는 과정이 부족하다면 ‘난개발’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공간 개발은 수많은 행정 절차도 필요하기 때문에 엉거주춤하면 임기 내 첫 삽도 뜨지 못한 ‘미개발’로 남을 수 있다.
민선 9기는 지방소멸위기의 대안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특히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각 지자체는 10년간의 농촌 공간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농촌이란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해 사람이 떠나는 공간이 아닌 찾아 오는 공간으로 만들것인가에 대한 답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민선 9기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은 모두 ‘공간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스타일은 각각 다를 것이다. 불도저, 뚝심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인물, 치밀함과 주도면밀함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인물도 있을 것이다. 추진 방식이 각각 다르더라도 4년 뒤, 모든 지역에서 공간 디자인의 결과물이 나오길 바란다. 그 결과물들이 모아져 강원도가 한층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