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강원도 시장에는 갓 쪄낸 찰옥수수의 구수한 향이 먼저 퍼진다. 홍천과 정선을 비롯한 강원지역 옥수수는 오랫동안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로 사랑받아 왔다. 산지가 많고 일교차가 큰 자연환경은 옥수수의 단맛과 찰기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옥수수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이자 농가의 주요 소득작목으로, 자연환경과 농업인의 경험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지역특화 작목이다.
그러나 익숙한 작목이라고 해서 미래 경쟁력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강원은 전국 옥수수 재배면적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경사지가 많고 경지 규모가 작아 기계화에 제약이 있다. 병해충 증가와 농촌 고령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소비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는 맛뿐 아니라 건강과 기능성, 편의성까지 요구한다. 옥수수 활용 분야도 식품을 넘어 소재·바이오산업으로 확대됐다.
변화에 대응하는 출발점은 품종 혁신이다.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찰옥수수 시장 확대를 위해 국산 팝콘옥수수 ‘알찬팝’을 개발하고, 미홍찰, 미현찰, 부농찰, 아라리찰 등 칼라찰옥수수와 자색옥수수 품종을 육성했다. 옥수수는 이제 팝콘과 맥주, 간편식, 기능성 식품, 화장품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색옥수수 유래 소재가 눈 건강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으며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연구개발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드론 영상과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육종기술을 도입해 생육 정보를 분석하고 품종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경험과 데이터를 결합해 변화하는 환경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연구기관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농업기술원은 품종과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농업인은 채종단지에서 우량 종자를 생산했다. 농협은 수매와 공급을 맡고, 지역기업은 가공기술 개발과 상품화를 추진했다. 연구개발과 생산, 유통, 가공이 연결되며 지역산업의 틀이 갖춰졌다.
강원 옥수수 생산액은 2020년 351억 원에서 2024년 445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국내 찰옥수수 종자시장 점유율은 2020년 77%에서 2025년 86%로 높아졌다. 옥수수 원료 소재와 가공제품도 2020년 1종에서 2025년 15종으로 늘었다. 홍천 팝콘, 옥시기비어, 옥수수범벅, 자색옥수수 소재 제품은 옥수수가 단순 생산을 넘어 지역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이 체감하는 기술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줄기썩음병 방제체계 구축과 저항성 품종 육성은 안정적인 생산 기반이 되고 있다. 무인 스마트방제기 활용 기술은 노동력과 방제 시간을 줄여 경영비 부담을 낮추고 있다.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농촌에서 이러한 기술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농촌진흥청은 중앙의 연구역량과 지역 연구기관의 전문성을 연계해 품종 개발부터 병해충 대응, 가공·소재화까지 연구개발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강원 옥수수가 농가소득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도록 현장과 함께하겠다.
한 알의 씨앗은 작지만, 좋은 품종은 지역의 미래를 바꾼다. 강원 옥수수는 연구개발과 현장, 생산과 산업이 연결될 때 지역특화작목이 지역경제를 이끄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도 과학기술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특화작목의 성장을 뒷받침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