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난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정치권은 아직도 어수선하다. 선거 결과를 놓고 정당마다 공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향후 정치 스케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실상 당권 경쟁에 돌입했다. 정청래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려면 이번 지방선거가 승리한 것으로 결론 나야 하지만 서울시장과 대구시장, 경남 도지사의 패배를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이긴 곳은 4곳에 불과한 성적표를 놓고 당내에서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권파 지지를 받은 정점식 의원이 선출됐으나 지방선거 결과를 근거로 한 소란은 줄어들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강원특별자치도의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 비슷한 평가를 하고 있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도지사 후보가 당선됐고 18개 시·군 가운데 11곳의 자치단체장 역시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차지했으니 이번 지선에서 강원도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22년 선거 당시 민주당은 도지사도 잃고 4개 지역에서만 승리를 거뒀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일취월장한 것은 사실이다. 반대로 국민의힘 소속 자치단체장은 14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 민주당이 이겼다는 표현은 이런 측면에서 틀리지 않다.
그런데 광역·기초의원 선거까지 포함한 전체적인 투표 결과는 조금 다른 곳을 가리킨다. 일단 총 54석의 광역의원(도의원)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민주당 24석, 국민의힘 30석이다. 기초의원(시·군의원)도 민주당은 71명을 당선시킨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80명이 입성했다. 강원도 내 18개 시·군 의회 중 민주당이 다수당을 이룬 곳은 원주, 정선, 인제, 영월 4곳에 불과하다.
특히, 정당 투표를 통해 도의원을 선출하는 광역의원 비례선거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38만5,027표를 얻었지만, 국민의힘은 39만3,961표를 획득하면서 8.934표 앞섰다. 춘천과 원주를 제외한 16개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더 많은 표를 가져갔다. 그래서 7석의 비례 의석은 민주당 3석, 국민의힘 4석으로 배분됐다.
시·군의원 비례투표도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에서 비례로 뽑힌 도내 기초의원 23명 중 민주당은 6석만 챙겼다. 나머지 17석은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14개 시·군에서 비례 투표를 이긴 국민의힘은 춘천, 원주, 강릉, 동해 등 4곳에서만 앞선 민주당을 압도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도지사를 차지했고 시장·군수 선거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광역·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에 뒤졌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후 실시됐던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도지사와 시장·군수 11석을 차지하고 도의원 32석, 시군의원 74석을 당선시키면서 완벽하게 강원도를 장악했던 때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60%를 넘나들고 있는 시점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졌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지역에서 보수성은 물밑에서 여전히 흐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민주당 바람’이 불던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도내에서 얻은 80석의 기초의원 수는 지난 2022년 윤석열 정권하에 진행됐던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기초의원 81명과 비해 1석밖에 줄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강원도에 대해 ‘선방했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
물론 지방선거가 정당보다 인물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주민들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이번 강원도 선거를 두고 ‘민주당의 승리’라고 단정 짓기에는 투표 결과가 보내는 신호 자체가 불안정하다.
그래서 오는 7월부터 도내에서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간 ‘여소야대’(與小野大) 구조의 자치단체가 여러 곳에서 생겨난다. 당장 민주당 소속의 우상호 도정과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한 도의회부터 그렇다. 민선 6기 최문순 도정 이후 8년 만에 다시 등장한 여소야대 국면에서 ‘도지사 초년생’인 우 당선인이 국회의원 시절 그랬던 것처럼 야당과 무난한 협치를 펼쳐나갈 수 있을까.
특정 정당에 완벽한 승리를 몰아주지 않은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강원도에서 여야 간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내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