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행정의 모세혈관' 이·통장, 처우 개선해야 한다

읽어주는 뉴스

산불 예찰·방재·마을 갈등 조정 등 역할 커
연합회 사무국 운영비조차 회원들 회비로 충당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 서둘러 마련을

강원특별자치도 전역에서 지역사회의 안녕과 주민 화합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온 4,500여명의 이·통장들이ㅁ11일 영월 동강 둔치에 모였다. ‘2026 강원 이·통장 한마음대회''는 단순한 화합의 장을 넘어, 자치행정의 최일선에서 땀 흘리는 이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지역 발전의 의지를 다지는 소중한 기회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민선 9기 출범을 앞둔 도지사 및 시장·군수 당선인들이 대거 참석해 소통의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이·통장은 ‘행정의 모세혈관''이라 불린다.

지자체의 정책이 주민의 안방까지 전달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발걸음이 필수적이다. 고령화가 심화된 도내에서 이·통장의 역할은 과거의 간단한 행정 보조를 넘어섰다. 취약계층의 안부를 살피는 복지 파수꾼부터 산불 예찰과 재난 방재, 마을 갈등 조정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지역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희생''에 기대고 있는 측면이 크다. 전영록 도연합회장이 지적했듯, 연합회 사무국 운영비조차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해야 하는 열악한 재정 구조는 도내 행정 조력자들에 대한 예우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유류비 상승과 고물가 시대에 현장을 누비는 활동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시·군별로 제각각인 각종 수당 체계는 상대적 박탈감을 낳고 있다. 업무는 갈수록 세분화되고 과중해지는데, 이를 뒷받침할 활동 기반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민선 9기 우상호 도정의 출범은 이·통장 처우 개선의 변곡점이 돼야 한다. 도는 지난 몇 년간 ‘이·통장의 날'' 제정과 예산 증액 등을 통해 성의를 보여 왔으나, 이제는 보다 구조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단지 ‘가교 역할''이라는 수식어로 이들의 노고를 포장할 것이 아니라, 고령화와 인구 소멸이라는 지역 위기 속에서 이들이 지속 가능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도 차원의 표준 가이드를 마련해야 한다.

시·군별 수당 편차를 줄이고, 업무 범위에 합당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지자체의 당연한 책무다. 이·통장들이 영월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며 재충전하는 이번 대회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행사의 성황보다 중요한 것은 대회 이후의 변화다. 당선인들은 현장의 고충을 귀담아듣는 것에 그치지 말고, 취임 후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답해야 한다. 주민과 행정을 잇는 다리가 튼튼해야 도정이 바로 설 수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성공적인 안착과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의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마을의 가장 낮은 곳에서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통장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민선 9기 강원도정이 최우선으로 살펴야 할 ‘민생 행정''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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