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해안길을 따라 점처럼 이어진 등대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배를 인도하면서도, 풍랑을 견디면서도, 그저 빛을 켜고 끄는 일만 반복해 왔다. 그러던 등대들이 최근 ‘등대 스탬프 투어''라는 이름표를 달고 사람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동해안 최북단 고성 대진에서 거진, 기사문과 속초, 물치항·대포항동 방파제, 그리고 주문진과 묵호에 이르기까지 등대는 단순한 항로표지가 아니라 지역의 시간을 지켜 온 증인이다. 어부의 귀가를 기다렸고, 관광객의 첫 바다를 맞았으며, 새벽을 밝힌 존재였다. 그런 자리가 이제 여행자가 찍는 작은 도장 하나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탬프 투어의 방식은 단순하다. 등대를 찾아가고, 풍경을 보고, 기록을 남긴다. 하지만 이 단순함이 오히려 요즘 여행의 결을 닮았다. 빠른 이동보다 느린 체류, 소비보다 기억을 남기는 방식이다. 등대는 그 속도에 잘 어울리는 장소다. ▼‘등대는 배를 움직이지 않지만, 수많은 배의 운명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등대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주변을 변화시킨다. 스탬프 투어 역시 요란하지 않다. 그러나 지역을 다시 걷게 만들고, 바다를 다시 보게 만든다. 물론 과제도 있다. 스탬프를 찍는 데 그치지 않고, 등대가 품은 이야기와 지역의 삶이 함께 전달돼야 한다. 그래야 투어가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등대는 원래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이었다. 스탬프 투어 역시 관광의 끝이 아니라 강원 바다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작이어야 한다. ▼민선 9기 횡성군이 관광객 500만을 목표로 관광 콘텐츠 고도화를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관광 기반 구축에 나선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관광산업이 횡성지역의 미래를 이끌 산업의 맨 앞자리에서 길잡이가 되려 한다. 횡성의 관광산업은 지난 발걸음이 닦아 온 길과는 사뭇 다른 길이 될 것이고, 전인미답의 또 다른 길이 될 것이다. 말없이 빛을 내던 등대들이 조용히 말을 걸어 오듯이 관광이 횡성의 미래를 밝힐 등대가 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