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사회공헌 차원 시니어 사업 주목
'에버영코리아'에 업무 위탁해 채용 시작
현재 춘천·서울 은평·성남 등 사업장서
부동산 모니터링·게시물 중단 안내 비롯
개인 홈페이지 홍보 등 분야 업무 처리
'기업·직원 윈윈' 시니어 고용 좋은 모델
고령자들 “사무직 일자리 더 늘어나길”
춘천시 퇴계동에 위치한 250㎡ 크기의 사무실 안에서 16명의 직원들이 개인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돋보기 안경을 걸친 직원들의 손은 마우스와 키보드를 다루느라 분주했다. 늦깎이 신입 사원들은 젊은 강사들에게 열띤 질문을 하며 자신의 일에 열의를 보이고 있었다. 사원들의 대다수가 노인으로 구성된 이 회사는 시니어 전문 IT기업인 '에버영코리아'다. 국내 굴지의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에버영코리아, 도와 춘천시는 지난 4월 어르신 노인일자리 춘천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채용과 실무교육을 거쳐 지난 7월 문을 열었다.
14대1의 경쟁률을 뚫고 55세 이상 32명의 노인이 일자리를 찾았다. 최고령 72세에 평균 나이 60세의 어르신들이다.
네이버는 사회공헌 차원의 일자리를 고민하다 '시니어' 사업에 주목했다. 2013년 8월 에버영코리아에 업무를 위탁해 시니어 채용을 시작했다. 현재 춘천과 서울 은평, 성남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채용 노인에게는 4대 보험에 무기 계약직 신분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100세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또 본인 선택에 따라 하루 4시간 반에서 7시간까지 자신이 원하는 근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선발된 노인들은 교육자와 공무원, 대기업 임원까지 젊은 시절 화이트칼라 분야에 종사하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 등에 익숙한 장점 등을 노년에도 이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들로서는 일하는 즐거움은 물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직장 동료들과 어울려 새로운 사회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기쁨이다.
담당 업무는 네이버상의 부동산 모니터링과 게시물 중단 안내, 개인 홈페이지 홍보 등 3개의 분야로 나뉜다. 부동산 모니터링은 부동산 콘텐츠 검토를 통해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고 게시물 중단 안내는 저작권 침해 등의 내용을 담은 게시물의 중단 요청, 개인 홈페이지는 무료제작 관련 홍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 측은 노년층의 업무 효율을 위해 도움 강사 3~4명을 지원하고 있다. 근무는 주 5일제로 유연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원들은 휴무일을 직접 고를 수 있고 비상시 동료들과 휴무를 바꿀 수 있다. 근무 시간은 평균 4시간으로 고령인 직원들을 고려해 오전, 오후로 나뉘어 있다.
회사의 가장 연장자인 김모(여·72)씨는 “지금 나이에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을까 싶었다”며 “회사에서 가장 연장자라 일의 속도는 느리지만 연륜과 경험으로 젊은이들 못지않은 성과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는 박모(62)씨는 “지난 2014년에 공무원생활 은퇴 후 휴식보다 경제활동을 택했다”며 “전에 하던 업무와 비슷해 적성에도 잘 맞는다”며 “현재 고령자 일자리가 생산직이나 경비업 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는데 행정, 사무직 분야에도 일자리 수가 늘어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은성 에버영코리아 대표는 “사업 특성과 시니어의 장점을 잘 조합해 기업과 직원이 윈윈할 수 있는 시니어 고용의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인혁 네이버서비스 운영본부장은 “직업인으로서 일을 통해 만족감을 찾고 자아 실현을 하는데 나이는 더 이상 제약이 될 수 없다”며 “시니어 인력의 가능성과 성과를 확인한 만큼 인력 채용을 확대하려 한다”고 했다.
류재일·홍예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