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한 해를 마감할 무렵 춘천동부노인복지관에서 있었던 '한글교실' 수료식의 기쁨을 전해봅니다.
평균 나이 70세가 넘는 어르신들이 1 년간 열심히 한 자, 한 자 배워 하나의 낱말이 되고, 낱말들이 모여 짧은 문장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르실 겁니다. 지금부터 70년 전, 어려움 속에 특히 여성들이 학교에도 못 가고 가사를 돌보며, 결혼 후에는 생활전선에서 힘들게 일하며 자녀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골몰해 온 우리의 어머니들! 자녀들을 어엿한 사회의 일꾼으로 성공시킨 후 이제야 우리의 글을 배우러 나오신 20여분의 학생들이랍니다.
그동안 얼마나 답답햇을까요? 창피해서 '누가 알세라' 숨죽이며 지내온 날을 떨치고 용기 있게 나온 어르신들에게 자신감을 갖도록 노력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며 우리는 함께 열심히 가르치고, 배웠습니다. 그 결과물로 받아든 '수료 모음집'. 가슴 벅차고 설렘 가득 담은 박수 속에 한 권씩 받아들고 돌아가며 읽어 보는 게 전부이지만 그들의 고마워하는 마음과 행복한 모습을 보며 1년간의 힘듦은 어디에 가고 눈물 나도록 감사했습니다.
65세 우리 반 막둥이의 시(詩)를 소개합니다. 자음과 모음부터 한 자 한 자 익히기 시작한 그녀가 겨우 세 개의 짧은 문장으로 만든 것이랍니다.
가 을/ 가을 단풍은 아름다워/ 빨강 노랑 아름다워/ 모두 한 가족 같다.
열 번도 더 고쳐 써 온 글에서 자연을 통해 '가족'을 찾아낸 마음을 칭찬해 주자 얼마나 좋아하던지요. 재수, 삼수를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절실한 배움에 대한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문해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성인문해교육에 많은 분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꿈을 위해. 우리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