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분 경과
담요·핫팩 방한장구 중무장
펜 끝이 얼어 메모도 불가능
■1시간 30분
한기 스며든 손·발끝 고통
양말 한겹 더신어도 마찬가지
■2시간30분
영하15도 발가락 감각 없어져
제자리 뛰기하며 체온 높이기
■3시간 경과
감각 없었던 발가락에 통증
핫팩 대자 '따끔' 동상 증상
올겨울 최강 한파가 몰려온 지난 13일 오후 7시께. 강원일보 취재진은 평창군 대관령면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에 모였다. 내년 2월9일 오후 8시부터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 추위를 체험하기 위한 자리였다. 개회식 당일 관람객들에게 지급될 방한장구류를 유사하게 갖춘 상태로 개·폐회식장 앞에서 오후 7시부터 밤 10시까지 버티는 한파체험을 했다. 몸소 혹한을 경험하며 관람객에게 벌어질 수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방한대책을 찾아봤다.
■30분 경과, 오후 7시30분=개·폐회식장과 직선으로 400~500m 거리의 언덕에 자리 잡은 취재진은 보온성이 좋은 롱패딩과 방한모, 등산용 방풍바지, 내의, 장갑, 방한화 등으로 무장했다. 개회식 당일 모든 관람객에게 지급될 핫팩과 무릎담요도 준비했다. 30분이 지난 오후 7시30분께 온도는 영하 12도, 초속 2.8m의 바람이 불며 체감온도는 영하 14.4도를 기록했다. 기온과 몸 상태를 기록하기 위해 수첩을 들었지만 펜 끝이 얼어 메모가 불가능했다.
■1시간30분 경과, 오후 8시30분=기온은 영하 13도, 체감온도는 영하 15.7도였다. 바람은 초속 1.6m로 잦아들었다. 문제는 손과 발의 시림 현상이었다. 1시간가량 지나자 손·발끝이 시려 고통스러웠다. 결국 여분으로 준비한 장갑과 양말을 한 겹씩 더 신었다. 이미 한기가 손과 발에 침투해서인지 두꺼운 등산용 양말을 한 겹 더 신어도 따뜻한 느낌은 없었다. 취재진은 좀 더 개·폐회식장 가까이 가기 위해 언덕을 내려와 성화대와 100m가량 떨어진 공터로 자리를 옮겼다.
■2시간30분 경과, 밤 9시30분=밤이 깊어지며 기온은 영하 15도, 체감온도 영하 17.9도로 떨어졌다. 바람은 초속 0.9m로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밤 9시를 넘어서자 발가락은 감각이 없었다.
취재진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견뎌보려 했지만 턱이 언데다 마스크를 내리기 두려웠다. 적막한 시간만 흘렀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리 뛰기를 하거나 '대~한민국!'이라는 응원구호를 외치며 체온을 높였다.
■3시간 경과, 밤 10시=올림픽 개회식이 끝나는 시간, 초속 1.4m의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하며 체감온도가 영하 18도를 기록했다. 3시간 전보다 2.3도나 떨어진 것이다. 감각이 없던 왼발 엄지발가락에 통증이 찾아왔다. 급히 신발을 벗어 핫팩을 갖다대자 동상 초기인 듯 따끔하고 간질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당초 계획한 밤 10시를 지나자 취재진은 급히 히터를 틀어놓은 차에 올라 몸을 녹였다. 하지만 실제 내년 2월 올림픽이었다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밤 10시 개회식이 끝나면 3만5,000명의 관람객이 순차적으로 퇴장한다. 현장 상황에 따라 퇴장에만 1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2018년 2월9일, 체감온도는 더 낮을 수 있다=두 달 뒤 올림픽 개회식 당시에는 추위가 풀려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예상은 금물이다. 올해 2월9일 날씨를 되짚어 보면 2월의 칼바람 추위가 얼마나 매서운지 알 수 있다. 당시 밤 10시 대관령의 온도는 영하 11.1도로 지난 13일 같은 시간에 비해 4도가량 높았다. 그러나 초속 7.6m의 강풍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25도를 육박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온이 영하일 경우 체감온도는 풍속이 초당 1m 증가할 때마다 최고 2도 정도 급격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평창=최기영기자
※해당 영상은 강원일보TV(http://www.kwnews.co.kr/tv/kwView.asp?id=2201712140000)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