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지역의 문화예술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비대면이 시대정신이 된 상황에서 면대면 의사소통을 지양하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와 예술에 있어서 언택트가 진일보된 새로운 발명품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창작자나 기획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보완재로서의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춘천마임축제'가 보여준 언택트 실험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축제 기간을 100일로 늘리고, 프로그램을 세분화해 공연이 펼쳐지는 공간을 분산하는 전략 속에 열린 '춘천마임백씬:100 Scene Project'는 거리두기의 장벽을 효과적으로 넘어섰다는 평가다. 관객들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단지 인근에서 공연을 펼치는 등 '일상 속의 축제'라는 콘셉트를 적극 활용한 프로그램을 진행, 그 공로를 인정받아 23일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올해 강릉단오제도 취소나 연기 대신 진행 형태를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 '온라인 강릉단오제'를 선보이며 젊은 관객층 확보와 함께 비대면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단오굿은 온라인으로 실황 중계됐고, 영산홍 챌린지와 단오갈래 챌린지는 물론 강원일보가 유튜브로 진행한 '강릉사투리경연대회'도 온라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호평을 받았다.
21년 만에 강원도 내에서 유치한 제29회 전국무용제는 지난달 유튜브를 활용한 '온라인 프린지 페스티벌'을 선보였고, 강원도예총은 지난달 강원예술제 오프닝 프로그램인 '공감음악회'를 언택트 버전으로 변경해 유튜브와 네이버TV로 서비스했다. 또 전국 최대 청소년 문학축제인 '2020 만해축전 전국고교생백일장'은 22년만에 전국 최초 유튜브 백일장으로 치러졌고, 강원일보가 주최하는 '제1회 트롯 감자 가요제'도 영상을 활용한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강원키즈트리엔날레는 온라인 현장 브리핑 행사를 실시한 데 이어 화상채팅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온라인 미술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온라인 플랫폼 활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처럼 언택트 트렌드는 일부 관객을 허용하는 느슨한 형태의 언택트 콘텐츠, 관객 없이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는 '온택트(Ontact)' 콘텐츠, 두 가지 형태를 결합한 형태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오석기기자
"공연 기획자 새 패러다임 주도 과제"
△이선철 감자꽃스튜디오 대표=“코로나19로 인한 공연 분야의 변화로 이제 기획자는 일시적 '대응'이 아닌 지속적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관계, 장소, 명성 등이 중요했던 전통 방식의 구조에서 미디어, 콘텐츠, 브랜딩 등이 힘을 발휘하는 양상이 시작되고 있다. 기획자는 기존의 역할에 변신을 요구받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기회도 주어지고 있다. 한계 상황은 진화를 가져오면서 동시에 불필요한 장벽을 없애고 시장은 새로운 권력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관람 새로운 공연의 길 열 것"
△황운기 평창평화페스티벌 예술감독=“아직 관중 없는 무대에 공연자는 낯설고 관객은 모니터를 통해 공연을 만나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모든 어색한 것은 차차 익숙해지거나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도 이미 경험한 언택트 문화를 쉽게 버리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비대면 관람 문화가 일정 부분 발전시킨 기술의 효율과 효용이 증가돼 새로운 공연의 길이 열릴 것이고 반대로 대면공연의 부가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온라인 대체 새 전환 계기로 삼을 때"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공연계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회복력을 이야기하기 전 우선 생존을 고민해야 할 만큼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많은 대책이 나오고 있으며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대체가 대부분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의 공연계의 대처는 두 가지로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당장의 생존을 위한 방안과 언제든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이번 기회를 새로운 전환의 계기로 삼는 것이 그것이다.”
"관객과의 소통 다양한 방식 준비 필요"
△이재원 원주 다이내믹댄싱카니발 총감독=“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예술은 어쩔 수 없이 언택트 문화를 접하게 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지점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술이 만나는 지점은 '언택트'보다는 '온택트'에 가깝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촬영한 영상을 송출하는 정도에서 진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늦었지만 예술은 비대면 방식의 언택트 문화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 다양한 방식의 채널에서 관객과의 소통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오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