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확대경]새는 물도 실시간 모니터링 강릉의 지방상수도 현대화

강순원 강릉시 상하수도사업소 수도과장

걱정거리가 많은 현대인들은 땅을 보고 걷는 데에 익숙하지만, 땅 밑에 복잡하게 깔린 도시 인프라에 대해 생각하는 데에는 당연히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눈에 직접 보이지는 않아도 전기, 통신, 가스, 상하수도 같은 기반 시설은 오늘도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얼핏 고요해 보이는 도로 아래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상수관로 31%는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수도관이다. 노후 수도관의 파열이 오랜 시간 누적돼 이제는 전국 48일 공급량에 해당하는 6.9억㎥의 물이 매년 새고 있다. 이는 강릉시 연간 정수 공급량의 약 20배에 해당한다.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6,059억원의 손실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누수는 대도시에 비해 중소규모 도시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강릉시는 어떨까? 강원도의 2019년도 평균 누수율은 19.8%였고 강릉시의 경우 19%로 집계됐으니 강원도 평균에 속한다. 하지만 1년에 약 7,000톤가량의 물이 새고 있다고 이야기한다면, 절대 적은 양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강릉시와 K-water의 협약하에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강릉시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이 한 예다. 강릉시 전역의 상수관로를 블록화해 체계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면 새는 물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다.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ICT 시스템을 이용하면 언제든지 데이터의 이상을 확인하고 누수복구를 실시하는 등 발 빠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또한 2023년부터 강릉시 내 일부 지역에서 진행되는 노후관망 교체공사까지 완료되면 누수량을 감소하는데 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누수량 절감사업은 세수 절약을 통한 수도재정 건전화만 이뤄내는 것이 아니다. 누수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노후 상수관은 오염의 우려도 상존하는데, 노후도가 높은 관을 우선적으로 교체함으로써 새로운 관을 통해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 게다가 현대화를 통한 누수량 절감은 매년 강원영동 지방을 찾아오는 가뭄에 대규모 사업 없이 가장 간단하게 물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2015년 유례없는 가뭄 당시 노후 상수관망 정비사업을 실시한 영월, 정선 지역은 가뭄 피해를 입은 인근 지역에 비해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며 현대화사업의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기후 변화의 시대에서 개인의 물 절약만큼이나 국가 차원의 물 절약도 놓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보급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상수도이지만, 이제는 “얼마나 멀리까지 공급하느냐”를 넘어 “얼마나 알뜰하게 관리하느냐”를 생각해야 할 시간이 왔다. 강릉시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을 통해 강릉시와 K-water는 앞으로도 상수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며, 강릉시는 깨끗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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