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호숫가를 씩씩하게 돌기 위해서는 든든하게 배를 채울 필요가 있다. 기운을 북돋는 것만 같은 한우 구이와 뜨끈한 국밥, 여기에 따뜻한 음료까지 곁들이면 매서운 추위와 맞서볼 힘이 좀 나지 않겠나. 눈 내린 횡성 호수길에서 낭만을 마주하기 전 온 몸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을, 혹은 마주친 아름다움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하기 좋은 곳들을 들러봤다.
■횡성하면 ‘한우’…힘 절로 솟아=고지대의 일교차가 극심한 환경에서 자란 횡성의 소는 육질이 단단하기로 소문 났다. 육질이 단단한 소는 육즙이 풍부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횡성 한우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 가운데 횡성축협 한우프라자는 특히나 신뢰가 가는 곳이다. 축협 조합원들이 횡성에서 나고 자란 한우를 키우며, 한우 혈통관리, 사료 관리부터 사육, 도축, 유통까지 철저하게 추적하고 관리하고 있어 믿음직스럽다. 횡성축협 한우프라자는 횡성에만 본점과 우천점, 새말점이 있는데 본점 2층으로 올라가면 메뉴판을 보고 선택해 먹는 주문형 방식과 셀프코너에서 고기를 구입해 상차림 비용을 지불해 먹는 정육형 방식으로 나뉜다. 등심·안심·채끝·안창살·토시살·갈비덧살 등 다양한 부위 가운데 먹고 싶은 고기를 골라 자리에 앉으면 도토리묵, 채소 샐러드, 양파 간장절임 등 깔끔한 기본 반찬이 나온다. 순식간에 겉면을 익히는 강력한 참숯에 골라 온 한우를 구워먹으면 부드럽고도 쫄깃하게 씹히는 한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따뜻한 불 앞에서 고기를 구우면 추위도 사르르, 혀도 살살 녹으니 추운 겨울 한우 구이만큼이나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또 있을까.
■뜨끈한 국밥에 밥 말아 훌훌=가마솥에 푹 끓여낸 얼큰한 국밥을 먹고 싶다면 ‘횡성한우국밥’을 단연 추천한다. 35년 전 대구에서 횡성으로 왔다는 이임권(63) 대표가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무거운 솥뚜껑을 다루기가 힘겨워 솥뚜껑삼겹살 장사를 접고 메뉴를 고민하던 중, 경상도식 소고기무국에 횡성 한우를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했단다. 어머니가 어릴 적 시골에서 끓인 장터국밥의 비법을 이어받았다고. 오랜 시간 고아 낸 사골 국물에 소고기, 물이 가게만이 가진 비법 비율로 들어가서, 텁텁하지 않고 개운한 맛이 특징이다. 밥과 국을 따로 먹어도 맛있지만 말아서 먹으면 밥알에 스며드는 국물과 함께 인근 재래시장에서 구매했다는 각종 채소들이 건강하게 씹히며 훌훌 넘어간다. 횡성 한우 살코기 사용을 고집하고 있는 든든한 국밥 한 그릇이면 눈길 정도는 헤쳐나갈 것 같은 기분이다. 이 대표의 명함에는 ‘밥장사’라고 쓰여있는데 ‘사자 돌림’ 직업을 가졌으면 한다는 어머니 바람에 힘입어 만든 것이란다. 이 대표의 유머 한 스푼과 부른 배에 미소를 지으며 가게를 나설 수 있는 곳이다.
■마음까지 발랄하게 물드는 카페 노랑공장=횡성호수길에서 10분 남짓한 거리, 홍도산 자락에 얌전히 숨겨져있는 비밀스러운 카페다. 오래된 공장을 연상케 하는 외관과 다소 불친절한 위치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신기한 장소다. 의문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눈 녹듯 사라진다. 층고 10m의 광활한 공간을 가득 채운 1,000여종 빈티지 소품이 눈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간격을 두고 놓인 가로등은 마치 골목길에 들어선듯 독특한 감성을 자아내며, 가구, 장식품, 작은 소품까지 전부 사장이 직접 수입해온 골동품이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설치된 거대한 트리는 노랑공장의 화룡점정과도 같은 존재. 구석구석 구경하며 인증샷을 남기다 보면 연말 기분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노랑공장은 처음 문을 열게 된 계기 또한 독특하다. 미국에서 앤티크 소품을 수입해 판매하던 정하중(49)씨가 횡성에서 창고용으로 폐공장을 인수한 것이 시작이 됐다. 공장을 인수한 직후 코로나19가 발생했고, 해외수입이 어려워지자 고민 끝에 보유하고 있던 소품을 활용해 카페를 오픈한 것인데, 입소문을 타고 현재에 이르렀다. 볼거리가 많은 카페니 음료는 평범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해외에서 엄선해 수입한 유기농 원두로만 커피를 내린다. 노랑공장만의 숙성법 덕분에 이 곳 커피는 특유의 향과 깊은 뒷맛을 자랑한다. 빈티지 소품에 남다른 애정을 자랑하는 정 대표가 직접 꾸미는 공간인 만큼, 이곳의 컨셉은 소품 배치에 따라 주기적으로 바뀐다. 현재는 미술품 경매사를 주제로 한 이탈리아 영화인 '베스트 오퍼'를 컨셉으로 꾸며져 있다. 벽을 빼곡히 채운 작품들이 절경이다. 해가 바뀌면 어떤 컨셉으로 바뀔지 모른다.
■호숫가 앞에 위치한 엘크카페=백광민·유민영 부부가 횡성으로 귀촌해 2020년 4월 문을 열었다. ‘엘크’라는 카페 이름에 맞게 곳곳은 사슴 형태의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는데, 눈 쌓인 카페의 모습도 아름답다. 온 세상이 하얀 가운데 호수를 배경으로 한 카페에 들어서면 마치 산장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다. 바리스타 경력이 10년 이상이라는 백 대표는 커피 로스팅 사업을 하고 있을 만큼 커피 원두에 진심이다. 실제로 신맛과 단 맛이 균형잡힌 ‘엘크 블랜딩’을 비롯해 엘크만의 노하우로 로스팅한 엄선한 원두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또 횡성산 더덕을 활용한 횡성라떼, 목에 좋은 배도라지생강차도 있다. 횡성호수길을 걷고 왔다면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여보는 것은 어떨까. 호수에서 만난 낭만적인 기분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