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2016년 미국의 중서부에 위치한 네브래스카(Nebraska) 주의 주도인 링컨(Lincoln) 시에 있는 네브래스카 링컨대학교에 아내와 함께 1년간 출장을 나가 있을 때, 1시간 거리의 오마하(Omaha) 시 근처에 있는 에드워드 플래내건(Edward J. Flanagan; 1886-1948) 신부가 세운 ‘보이스타운’(Boys Town)을 직접 방문한 바 있다.
플래내건 사제는 ‘버려진 소년들의 아버지’로 유명한데, 1886년 아일랜드의 발리모(Ballamoe)에서 태어나 1904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1912년 오스트리아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미국 네브래스카 오마하 대교구에서 사제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는 갈 곳 없는 불우 청소년 5명에게 90달러로 월세방을 제공하면서 이들을 돌보기 시작하였는데, 이들을 방치하게 되면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세상에는 나쁜 애들은 없으며, 나쁜 환경, 나쁜 훈련, 나쁜 본보기, 나쁜 생각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 그는 이들에게 사랑, 가정, 교육, 직업이 주어 진다면 누구나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 마침내 1917년 오마하 시에 청소년센터인 ‘보이스타운’을 세웠는데, 다시 주변 사람들의 후원에 힘입어 오마하에서 16㎞ 서쪽에 있는 더글러스 군(Douglas County)으로 보이스타운을 옮겼다.
이렇게 세워진 보이스타운은 1936년 이래 행정적으로 인가를 받아, 10-16세의 갈 곳 없는 청소년 1,000 명이 살 수 있는 마을이 되었다. 이곳은 후원금을 받아 자발적으로 소년들이 선출한 ‘소년 시장’에 의하여 자치적으로 운영되는데, 1979년부터는 소녀들도 소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소년 소녀들은 모두 정규학교에 다니면서 다양한 직업기술을 배우고 있다.
보이스타운은 매년 성당, 교회, 학교, 우체국과 은행은 물론 전국 규모의 연구 병원들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약 백육십 만 명의 어린이와 가족을 돕는 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다. 플래내건 사제의 보이스타운 소식에 1938년 영화사 MGM이 제작하고, 배우 스펜서 트레이시(Spencer Tracy)가 출연한 ‘보이스타운’이란 영화는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고, 플래내건 신부 역을 맡았던 스펜서 트레이시가 오스카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1947년 연합군의 일본 점령군 사령관 맥아더 장군은 플래내건 신부를 일본과 한국에 초청하여 아동복지에 관한 조언을 듣기도 하였다. 1948년 61세 되던 해 플래내건 신부는 당시 독일 베를린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다가 심장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 그의 시신은 보이스타운에 있는 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그의 사후에도 보이스타운 사업은 계속 이어졌고, 2012년 가톨릭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대교구는 플레내건 사제의 시복시성 조사가 시작됐다고 선언하고 공지함으로써 본격적인 시복시성 추진에 들어갔다.
최근 한국에서는 어른 못지않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觸法少年)의 형사 책임 연령의 하향 조정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 법무부 개정안은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4세에서 13세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 개정안의 찬반을 떠나서 우리 어른들은 과연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었던가 반성할 수 밖에 없는데, 너무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해 청소년들을 돌보는 관심과 제도적 장치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제라도 그들이 한국의 미래라는 점을 잊지 말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대대적인 사회적 보완책을 국가와 국민, 시민단체들이 함께 노력하여 실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