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된 농촌사회 농업인들의 일손을 덜어주는 농기계가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고 있다. 고령 농업인이 많은 강원지역에서는 해마다 농기계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안전장치 無 농기계…고령농에 더 위험=도내 고령 농업인 중 상당수는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직접 농기계를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농기계 대다수는 안전벨트가 없거나 운전석이 개방돼 있으며 무게 중심이 높아 전복 위험이 높다. 12일 춘천시 신북읍의 한 논에서 만난 이미숙(82) 할머니는 “농기계 운전이 미숙한 주위의 고령 농업인들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경운기나 트랙터 대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농기계에 오르고 있지만 항상 사고가 겁난다”고 했다.
■작업 현장이 곧 사고 현장=농기계 사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고성군 한내면에서는 A(81)씨가 트랙터 로터베이터 날에 오른쪽 발등을 베였다. 강릉시 옥계면에서는 지난달 9일 B(79)씨가 몰던 경운기가 전도되며 골절상을 입었다. 강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도내에서 1,823건의 농기계 사고가 발생해 9명이 숨지고 1,12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2024년에는 농기계 관련 사고로 300명이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안전 확보 후 작업 나서야=춘천·원주·양양 등 강원 주요 지역 자치단체와 농업 관련 기관들은 농기계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수칙 홍보, 기술 교육 확대, 장비 무상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 현장에서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홍보성에 그치는 대책보다는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내 농업인연합회 관계자는 “고령 농민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농기계 안전 교육 확대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안전 시스템을 갖춘 현대식 농기계의 보급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