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척수·골수·등골·뼛골’ 다 같은 말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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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등골이란 등짝 한가운데로 길게 고랑이 진 곳에, 머리뼈 아래에서 엉덩이 부위까지 33개의 뼈가 이어진 척주(脊柱·등심대·vertebral column)라고도 부르는 척추(脊椎·등뼈) 안에 든 중추신경인 척수(脊髓·spinal cord)를 이른다. 등골은 곧 골수(척수)다. “정수리(꼭지)에 부은 물이 발뒤꿈치까지 흐른다”란 윗사람이 나쁜 짓을 하면 곧 그 영향이 아랫사람에게 미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척수의 길이는 보통 남자는 45㎝이고, 여자는 43㎝이며, 사람의 척수는 크게 목(경부·頸部·cervical), 가슴(흉부·胸部·thoracic), 허리(요부·腰部·lumbar)척수로 나뉜다. 그런데 소의 척추 속에 있는 등골을 빼내어 날로 먹기도 하지만 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국을 끓이기도 하는데, 이는 고급 음식 재료로 프랑스에서도 자주 쓴다고 한다.

“등골이 서늘하다”란 두려움으로 아찔하고 떨림을, “등골이 오싹한다”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매우 놀라거나 두려움을, “등골을 빼먹는다”란 남의 재물을 착취하거나 농락하여 빼앗음을, “등골(을) 뽑는다”란 남을 몹시 고생스럽게 함을, “등골이 빠진다”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몹시 힘듦을, “어르고 등골 뺀다”, ‘어르고 뺨치기’란 그럴듯한 말로 꾀어서 은근히 남을 해롭게 함을 이르는 말들이다.

그리고 등골을 골수(骨髓)라고 한다고 했다. “골수에 맺힌다”란 마음속 깊이 응어리져 있음을, “골수에 박힌다”란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빠져나갈 수 없게 마음속 깊이 자리 잡힘을, “골수에 사무친다”, “골수에 새기다”란 잊지 않게 단단히 마음에 기억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등골(골수)을 다른 말로 ‘뼛골’이라 하니, “뼛골을 뺀다”란 원기가 탈진하여 힘이 모두 없어지게 됨을, “뼛골이 빠진다”란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을, “뼛골이 아프다”란 너무나 고통스러워 뼛속까지 아픔을, “뼛골에 사무친다”란 원한이나 고통 따위를 절대로 잊을 수 없이, 뼛속에 파고들 정도로 깊고 강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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