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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기회의 격차’

쓰기 싫다 하지만 끝도 없이 쓴다. 잡겠다고 하지만 갈수록 멀어진다. 바로 한국의 사교육비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25조9,5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학생 한 명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21년 36만7,000원에서 지난해 41만원으로 뛰었다. 고질적인 학벌주의와 오락가락하는 입시제도는 사교육 의존을 높이는 이유다. 부모 경제력과 직결되는 사교육이 그 자체로 ‘기회의 격차’인 것은 더 큰 문제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수단이 돼 버린 현실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해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인 가구는 자녀 1인당 한 달 사교육비로 평균 64만8,000원을 썼다. 200만원 미만 가구(12만4,000원)의 5.23배에 이른다. 5.11배였던 2021년보다 소득에 따른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인데, 지역별 격차 역시 여전했다. ▼사교육비 문제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된 지는 오래다. 전면 금지라는 정부의 극단적인 조치가 내려진 1980년 이후 과외 등 사교육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고액화하면서 우리 사회에 더욱 깊게 뿌리를 내렸다. ‘과외 망국론’이 나올 법도 하다. 문제는 역대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나름대로 이런저런 대책을 강구해 왔으나 결과적으로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본고사 폐지니 수능 등급제니 하는 식으로 대입제도를 바꿔 왔으나 수능을 만들면 수능 과외가 생기고, 특기 적성을 강화하면 특기 적성 과외가 나타났다. ▼사교육이 교육적 측면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명문대학을 나와야 미래가 보장된다는 학벌주의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사교육을 없애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그동안의 갖가지 교육정책과 제도의 실패가 잘 말해주고 있다. 진정한 교육 혁신은 제도나 정책을 고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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