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가 드디어 올해 첫 승전보를 울렸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은 지난 26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9라운드 FC서울전에서 3대2 승리를 거뒀다. 리그 개막 9경기 만에 첫 승리를 따낸 강원은 1승 4무 4패, 승점 7점으로 리그 11위에 머물렀지만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간절함이 만든 승리였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던 강원 선수들은 서울을 밀어붙였다. 전반 24분 ‘크랙’ 양현준이 번뜩였다. 하프라인 아래에서 단 한 번의 터치로 상대 수비를 벗겨낸 양현준은 그대로 70여m를 홀로 질주해 박스 안까지 침투한 뒤 골문 앞에 있던 박상혁에게 컷백을 내줬다. 박상혁은 침착하게 골대 안으로 공을 밀어넣으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강원의 3경기 연속 무득점을 끊는 득점이자 박상혁의 프로 데뷔 27경기 만에 첫 골이었다.
0대1로 뒤진 채 후반을 맞이한 서울은 이태석, 이한범, 황의조를 동시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강원은 후반 첫 공격에서 골을 뽑아내며 서울의 계획을 무너뜨렸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정승용이 돌파를 시도한 뒤 강력한 왼발 슛을 날렸고, 공은 백종범 키퍼를 뚫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서울은 금새 만회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7분 코너킥 상황에서 임상협이 몸을 날려 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후반 23분 기성용의 코너킥을 이한범이 떨궜고, 임상협이 다시 한 번 밀어넣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순식간에 리드를 잃은 강원은 김대원과 갈레고를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줬다. 후반 추가 시간 결국 강원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갈레고가 돌파한 뒤 시도한 슛이 수비수를 맞고 높게 떴고, 이 공을 이웅희가 가슴으로 받은 뒤 환상적인 터닝슛으로 연결해 서울의 골문을 갈랐다. 패배 위기에 처한 서울은 실점 뒤 임상협의 헤더가 골대를 맞는 등 불운이 잇따랐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강원이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종료 휘슬이 불리자 우승이라도 한 듯 환호했던 최용수 감독은 상기된 얼굴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현역 감독 중 최다승(139승) 기록을 보유한 그는 “제 감독 커리어에 손에 꼽힐 정도의 승리”라며 “그동안 승리하지 못해 선수들과 팬분들께 죄송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있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첫 승 소감을 밝혔다.
서울을 무너뜨린 강원이 다음으로 정복할 곳은 전북현대의 홈인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이다. 지난 시즌 리그 2위이자 FA컵 챔피언인 전북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올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로테이션을 가동한 대전하나시티즌을 상대로도 홈에서 1대2로 패한 전북이다. 전력상 열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분위기는 강원이 좋다.
또한, 전북은 현재 승점 10점으로, 강원이 이번 맞대결에서 이긴다면 승점 동률을 만들 수 있다. 일주일 동안 3경기를 치르는 힘든 일정이지만 강원은 내친김에 2연승을 달리겠다는 각오다. 강원과 전북의 K리그1 10라운드 경기는 29일 오후 4시3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