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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청봉]신념과 광기에 대한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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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선하더라도 신념이 광기와 만나면 파국의 결말 도래
내가 모르는 것, 잘못된 결정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이 중요

‘신념’은 선인가 악인가. ‘굳게 믿는 마음’이라는 뜻의 이 단어는 사실 옳고 그름을 가를만한 어떠한 단서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개발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얻게 된 좋은 이미지와 우리의 오래된 언어 습관 안에서 분명 호감을 갖게하는 선의의 단어로 취급되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신념의 또다른 표현인 ‘소신’이나 단호함의 뜻이 내포된 ‘결단’ , ‘결행’ 따위의 단어가 그렇다. 신념은 사람들에게 체화(體化)의 과정을 거치면서, 어떠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저지르는 잘못을 선하게 포장하거나 감추는 용도로도 애용되곤 한다. 하지만 개인의 신념이 공공의 영역으로 넘어가 ‘대의’라는 착각으로 치환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마블영화 ‘어벤져스’에서 대표적인 악당으로 등장하는 타노스. 그가 딸 가모라를 살해하면서 까지 모은 인피니티 스톤으로 우주의 절반을 먼지로 만들어 버린 것은 자원의 부족에서 오는 ‘공멸’ 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노스가 갖고 있던 신념은 ‘우주의 평화’라는 대의였다. 그런데도 우리가 타노스를 최고의 빌런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그의 결정과 과정의 대부분에서 누군가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비합리적, 비이성적인 행태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성과의 결별에서 시작되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우리는 ‘광기’라고 부른다. 아리아인의 순수성과 우월성에 대한 히틀러의 일그러진 신념으로 유대인 대학살을 실행에 옮긴 것 처럼 신념과 광기의 잘못된 만남은 역사 속에서 꽤나 자주 목도되어 왔고,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그렇다면 잘못된 신념, 그것을 완수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광기, 그로 인한 파국의 순환 고리는 왜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것일까. 아무리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더라도 실수나 잘못이 야기하는 그릇된 결과를 보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말이다. 그런 일을 자행하는 자들을 바보, 멍청이 또는 학살자 등의 단어로 규정 지으면 그만이지만 엄연히 벌어지는 사회현상에 대한 사회과학적인 해석은 필요할 듯 하다. 필자는 코넬대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가 1999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나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더닝 크루거 효과’로 요약되는 논문의 내용은 한마디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로 정리할 수 있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인지편향’의 하나로 특정분야에서 무능력한 사람이 실제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큰 손해를 보는 등 부정적인 결과가 나와도 오류나 실수를 쉽사리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것을 고치려고 하지도, 인정하려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논문에서는 무능한 사람들의 ‘메타인지(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 결핍을 지적했는데, 그런 사람에게 ‘역지사지’는 존재할리 없고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만 남게되는 것이다.

최근 정부 여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을 보면 ‘한·미·일 공조’라는 윤석열 정부의 신념 혹은 대의를 이루는데 필요한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무리하게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진 무리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피해 당사국이 될 수 있는 우리가 석학이라는 사람을 초청해 오염수가 해롭지 않다는 점을 굳이 부각시키려고 하고, 이를 부정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과거 ‘광우병 괴담’ 까지 끄집어 내 가짜뉴스로 몰아가는 빌드업 기술 앞에서는 광기마저 느낀다. 애써 모른척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 같은 행태는 그만 접어두시라. 신념을 이루기 위해 광기를 무기로 들이대기 전에 대화가 먼저고 설득이 먼저다.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이 우선이다. 그게 외교이고, 그게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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