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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아빠 찬스’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에서 한 달에 250만∼380만원 받던 곽상도 의원 아들 곽모씨가 입사 6년 차 대리직급의 퇴직금으로 50억원(세후 25억원)을 받았다. 곽 전 의원은 알선수재·뇌물 1심 무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여전히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은 자신이 고위 간부로 재직 중이던 병원에 자녀를 인턴으로 채용하거나 논문 저자로 등재시키는가 하면 동료 교수들이 주는 ‘기프트 점수’에 힘입어 두 자녀의 의대 편입에 성공했다. 물론 당사자는 절차가 공정했고 부정은 없었다고 했지만 공분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우리가 기억하는 ‘아빠 찬스’의 사례다. ▼카투사였던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아들은 ‘황제 병역’ 논란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녀의 아들이 근무한 부대에는 권력층으로부터 걸려 온 청탁 전화가 쇄도했다. “서울 용산으로 배치해 달라.”,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으로 뽑아 달라.” 등이었다. 아들은 복무 중에 58일이나 휴가를 다녀왔지만 19일은 병가 기록조차 없다. 병가 기간이 끝난 후에도 군에 복귀하지 않았다. 육군본부의 대위가 직접 부대로 와서 휴가를 챙겼다고 한다. ‘엄마 찬스’다. 그 당시 추 전 장관은 집권당 대표였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현직 고위 간부들의 ‘아빠 찬스’ 의혹이 매일 새롭게 터져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누구보다 공정성에 신뢰를 받아야 할 선관위의 최대 위기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선관위는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전 직원 대상 전수조사도 실시한다고 한다.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프리카 공개 미사에서 이렇게 외쳤다. “선악의 판단 기준으로 ‘가족’을 내세울 때 특권과 부패를 정당화하는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빗나간 자식 사랑은 가족에게도, 자신에게도 독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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