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지역에 2,933곳의 산사태 취약지역이 있지만, 정작 해당 마을 주민들은 지정 사실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취약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정작 주민들에게는 관련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19일 강원특별자치도와 시·군 등에 따르면 산사태 취약지역은 1차 전문가 조사와 2차 시·군 조사를 거쳐 매년 지정되며 그 결과는 '산주'에게 통보된다. 시·군 홈페이지에 지번이 고시 될 뿐, 마을 이장 등에게는 전달되지 않아 마을 단위 재난 대응 체계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원자치도는 산사태 취약 지역의 영향권에 있는 마을 목록에 대해서는 '공개 불가'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산사태 위험지역이 공개됐을 경우, 집값 하락 등 재산 피해를 항의하는 민원이 있을 수 있다"며 "취약지 지정을 위한 1, 2차 조사 때 이장 등도 대면 조사 하기 때문에 마을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사태 정보시스템'에 공시된 산사태 취약지역별 대피소(마을회관, 학교 등)를 확인하면 해당 마을이 취약지역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주민들에게는 '깜깜이 운영'일 뿐이다.
삼척 원덕읍 사곡리의 경우 '사곡리 마을회관'이 산사태 취약 지역 대피소로 지정됐지만, 주민들은 '금시초문'이란 반응이다. 김동화 사곡리 이장은 "우리 마을이 산사태 영향권에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며 "주민들이 대피 요령을 숙지하고 훈련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정보인데 최소한 이장에게는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인동 홍천 내면 자운2리 이장도 "마을회관, 경로당이 산사태 취약 지역 대피소로 지정된 것을 처음 알았다"며 "산사태 위험이 있다면 어떤 이유 때문인지 등이 궁금한데 주민들에게 공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경북 산사태 피해에서도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재난 대비 중요성이 확인됐다.
백민호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취약 지역 지정 결과는 주민들에게는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재난 정보"라며 "마을에도 적극 알리고, 이장을 중심으로 대비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