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카눈’이 할퀸 상처, 피해 복구·지원 빈틈없어야

태풍 관측 이래 이례적 한반도 중앙 관통
강릉 산불 피해 이어 수해까지 ‘설상가상''
정부 차원의 보살핌과 지원 따라야

제6호 태풍 ‘카눈’이 물러갔다. 지난 10일 한반도 중앙을 관통하며 온 국민이 가슴을 졸였다. 태풍 관측을 시작한 1951년 이후 이런 경로는 없었다. 태풍이 한반도로 접근해도 편서풍 때문에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동해상이나 일본 쪽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카눈’은 이례적으로 계속 북진한 것이다.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한 것은 서에서 동으로 부는 ‘제트기류’와 태풍의 북상 시점이 겹치지 않았고, 고기압의 ‘벽’에 가로막혀 바다를 떠돌던 태풍이 한반도 중앙에 만들어진 통로를 따라 올라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연이 겹치며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태풍 경로가 생긴 것이다.

‘카눈’의 중심은 한반도 내륙을 지나갔지만 ‘극한호우’는 강원특별자치도 영동에 집중됐다. 시간당 80~90㎜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영동지역이 태풍의 오른쪽 ‘위험 반경’에 있는 데다 지형적 영향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또 동해안 쪽은 태백산맥이 가로막고 있어 태풍이 더 많은 비를 뿌리고 넘어가는 것이다. 이틀 사이 최대 400㎜의 폭우가 내렸다. 강릉 정동진천, 삼척 가곡천 등 주요 하천이 범람하며 주택, 상가 침수 피해도 발생했다. 10일 밤 10시 기준 침수 및 산사태 위험을 피해 경로당으로 대피한 인원은 강릉, 동해, 속초, 삼척, 평창, 정선, 고성, 양양 일대 294세대 690명이었다. 특히 올 4월 강릉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데 이어 태풍 ‘카눈’으로 또다시 수해가 발생하며 강릉지역 산불 피해 주민들이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형국이다. 국가 차원의 깊은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 강릉 산불로 임시조립주택에 거주 중인 이재민 120여세대도 막막한 상황이다. 고성에도 폭우가 퍼부으며 2019년 산불 피해를 입었던 소상공인들도 또 한 번 재난을 겪었다. 강풍 피해도 잇따랐다. 10일 오후 3시 기준 지역별 최대 순간풍속은 설악산 초속 30.2m, 삼척 24.9m, 정선 23.6m, 대관령 22.7m였다. 인제군 인제읍 고사리의 한 주택에서 지붕과 유리창이 파손돼 소방대원이 출동하기도 했다.

자연재해는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폭우, 태풍 등 기후 재난이 더욱 잦아지고 강도도 한층 세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피할 수 없는 기후 재난에 대비하고 적응하는 일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기후 재난을 막을 수는 없지만 충분한 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 역시 이번 태풍 ‘카눈’을 겪으며 천재지변도 대처 여부에 따라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아울러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이재민에 대한 지원과 복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자연재해 앞에서 우왕좌왕해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난 대비 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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