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내 소비자물가가 3개월 만에 3%대로 다시 치솟았다. 추석을 앞두고 올여름 폭염·폭우 등 이상 기후 영향으로 과일 값 등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름세를 타고 있는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지금까지 물가 인상 폭을 줄이는 데에 기여한 국제유가가 재차 들썩이고 있는 것도 물가 상승을 키웠다. 강원지방통계지청의 ‘2023년 8월 강원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도내 물가지수는 113.40(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올 5월 3.2%를 기록한 이후 6월 2.4%, 7월에는 1.8%로 2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지만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재진입했다.
농산물의 경우 1년 전보다 4.7% 올랐다. 특히 과실 물가가 전년 대비 15.2% 뛰어 2021년 5월(15.9%)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채소류는 1년 전보다 2.7% 하락했지만 전월(-4.5%)과 비교하면 14.9% 올랐다. 산유국들의 감산 지속으로 배럴당 70달러 안팎이던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인상되자 휘발유·경유 가격이 다시 급등세다. 이상 기후가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면서 국제 식료품 가격도 치솟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서민들의 물가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더위를 이겨내느라 예년보다 에어컨을 더 틀었다가 평소 갑절 수준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놀란 가정이 적지 않다. 물가 고삐를 다시 단단히 잡아야 할 때다. 물가 상승은 가뜩이나 움츠러든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벌써부터 추석 차례상을 최대한 간소하게 차리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10월 이후 물가가 하향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으로 요즘 국제유가는 연중 최고다. 정부가 2개월 연장한 유류세 인하 조치는 10월 말에 끝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 기후로 국제 곡물가, 설탕 가격은 여전히 불안하다. 한국전력, 가스공사의 막대한 누적 적자 때문에 추가로 전기, 가스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물가의 외부 변수를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정부의 역할이 더욱 막중하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급등하는 물가가 서민들의 명절 보내기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추석 물가 대책을 시작으로 생활 물가 안정, 내수 진작까지 도모할 수 있는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하반기 물가 관리에 실패하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기 반등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