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재가 살 정도의 1급수를 자랑하던 농촌마을의 실개천이 녹조와 악취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 15일 찾은 원주 흥업면 대안리의 한 산기슭에 위치한 실개천과 연못에는 황톳빛깔의 퇴적물과 녹조로 뒤덮여 '녹조라떼'를 연상케 했다. 실개천 근처로 다가서자 악취가 코끝을 진동했고, 가재는 커녕 물고기 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을 주민이 하천에 쌓인 붉은색의 퇴적물을 걷어내자 시커먼 진흙 층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민들은 오랜 세월 오염물질이 퇴적층을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8가구가 이곳의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지으며 살았지만, 물이 오염되며 하나둘 떠나 이제는 두가구만 남았다.

주민들은 수질오염의 원인을 계곡에서 50m 정도 떨어진 A업체의 폐기물처리시설을 꼽았다. 김모(56)씨는 “2014년 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서면서 오염 정도가 심해졌다”며 “농업용수로 쓰던 실개천을 활용하지 못해 지금은 지하수 관정을 파서 물을 끌어다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이달 초 A업체와 원주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대해 A업체 관계자는 “오·폐수를 방류하지도 않을 뿐더러 공정상 실개천을 오염시킬 요인도 없다”며 “주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밀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며, 원인이 회사 측으로 밝혀지면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답했다.
시 관계자는 “악취 포집과 수질 검사 등을 실시하기 위해 부서별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민들의 불편을 개선하는데 힘 쓰겠다”고 말했다.